창조경제의 중심인 창조성(IP=지식재산권)의 가치는 정부기관이 아니라 시장이 결정한다. 일부에서 IP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평가기관인 테크뷰로를 만들자는 주장을 하고 있으나, 이는 IP의 본질에 대한 오해에서 생긴 오류일 뿐이다. IP는 본질적으로 벤처보다 위험성이 10배 이상 높다. 벤처기업의 객관적 가치를 평가해 주는 기관이 없는 것과 같이 IP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주는 기관이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창조적 IP의 가치는 어떻게 결정되는가. 벤처기업의 가치는 결국 벤처캐피털 시장에서 결정되듯 IP의 가치도 IP시장에서 결정된다. 가격이 결정되고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원칙적으로 로열티 수준과 시장규모에 근거하고 있으나, 시장이 형성되면서 가격이 수렴돼 가는 것이다. 이러한 IP의 시장특성을 검토해 보기로 하자.
소위 돈되는 IP는 불과 5% 미만이다. 벤처펀드는 고위험을 극복하기 위해 10∼20개의 벤처기업에 포트폴리오로 분산 투자하고 있다. IP펀드는 초고위험을 극복하기 위해 100개 이상의 IP를 묶은 포트폴리오를 형성하고 있다. 심지어 매각의 경우에도 포트폴리오로 하게 된다. 이제 IP의 평가에서 개별 IP보다 ‘IP포트폴리오’ 평가기법이 중요해지고 있다.
시장 형성의 조건은 ▷임계질량 ▷거래비용의 축소 2가지다. 시장의 3요소인 판매자ㆍ구매자ㆍ중계자가 일정 숫자를 넘어야 거래가 활성화된다. 미국의 경우에는 자연발생적으로 임계질량을 넘어서나, 우리나라는 자연발생적으로 이러한 임계질량을 넘어서기 어렵다. 세제 등의 인센티브를 동원해 시장의 임계질량이 형성되도록 지원해야 하는 이유다.
거래 비용을 축소하기 위해 저렴한 ‘특허품질 평가시스템’도 필요하다. 발명진흥원의 ‘스마트3’라는 특허 평가시스템은 보다 진화돼야 한다. 특히 출원전 특허의 사전 필터링과 특허포트폴리오 평가를 위한 기능 확대가 절실하다. 이제 세제 지원과 특허 평가시스템에 이어 중계자들의 동기 부여가 중요하다. 실질적인 1차 중계자들은 대학, 연구소의 기술이전센터 직원들이다. 그런데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중계해야 할 동기 부여가 너무 없다. 이들 IP를 활용할 중소ㆍ벤처들은 어디에 어떤 IP가 있는지도 모른다. 대학과 연구소는 어떤 기업에 이전해야 할 지를 모른다. 창업자들도 활용 가능한 IP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 중계자들의 동기부여는 IP시장 형성의 핵심 과제다.
이러한 IP거래 시장은 공개시장과 비공개시장으로 이원화될 필요가 있다. 공공IP들은 이미 공개돼 있으나, 민간IP는 비공개를 요청할 수 있다. 증권시장과 같은 공개시장과 결혼 중매시장과 같은 제한된 시장으로 나눠져야 하는 이유다.
거래시장 형성을 위해 인공지능을 이용한 검색기능은 필수적이다. 미국 특허청은 구글과 제휴해 이런 서비스를 하고 있다. 한국도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일반 자연어도 내가 원하는 특허를 찾을 수 있다면 특허의 활용도는 급속히 증가할 것이다.
한국 중소ㆍ벤처의 세계화 과정에 필연적인 장벽 중 하나가 바로 IP장벽이다. 이 장벽을 넘어서는데 IP 거래시장의 활성화는 크나큰 힘이 될 것이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