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익철 서초구청장
“장애는 불행함이 아닌 불편함이다”
발상의 전환을 보여주는 말이다. 장애인을 단순히 약자로만 낮잡아보고 동정하거나 비장애인과 별개 집단으로 분류해버리는 현실을 꼬집는 말로도 들린다.
장애인의 인권을 외치는 목소리는 커졌지만 정작 장애인을 보는 편견은 그대로 남아있다. 2011년 보건복지부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등록된 장애인수는 251만명이 넘고 그중 사고나 질병으로 인한 후천적 장애인이 90%를 차지한다. 누구나 살아가는 도중에 장애인이 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별 없는 통합교육이 필요한 이유이다.
한국에선 1971년,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한 교실에서 수업을 하는 통합교육이 시작됐다. 처음 1개 학급에서 2009년 6924개로 늘어나긴 했지만 한편에서는 비장애학생의 교육의 질 저하를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높다. 프랑스에서는 장애인 63%가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고, 영국은 모든 학교에 장애학생 교육전문가 상주를 의무화하고 있다. 통합교육을 받은 이들은 한 교실에서 같이 생활해 봤기에 사회에서도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길 것이다.
지난해 겨울, 비장애 중ㆍ고등학생 50명이 휠체어를 탄 채 굴곡코스를 넘고 안대를 쓴 채 지팡이에만 의지해 걸어보는 장애체험 경험을 했다. 학생들은 오감을 잃었을 때의 공포를 몸소 느끼며 장애인을 더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장애인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고용을 통한 경제활동이다. 장애인 연금제도 같은 재정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장애인을 위한 최선의 복지는 자립할 수 있는 일자리 제공이다. 장애인에게도 여러 가지 능력이 있다. 장애인들의 숨겨진 재능을 발굴하고 취업으로 연계될 수 있는 체계적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같은 직장에서 함께 일하다보면 장애인도 훌륭한 동료가 될 수 있음을 자연스럽게 느낄 것이다.
장애인이 교육과 노동의 장에 참여할 수 있는 물리적 이동권 보장도 중요하다. 집 밖에서 이동이 어려워지면 나서려는 그들의 의지부터 꺾이기 쉽다. 3㎝밖에 안되는 턱이 이들에겐 3㎝나 되는 벽이 되기 때문이다. ‘장애물 없는 건물 인증제’ 등 실효성 있는 정책 실천으로 임산부, 노인, 장애인이 쉽게 드나들기 쉬운 건물을 만들어가는 의지가 필요하다. 이런 노력들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차별 없이 어울리는 행복한 사회를 만들게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장애인복지관 한우리정보문화센터에서는 20일 제34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한마음 축제를 연다고 한다. 일회성 공연과 관람이 아닌 소통과 화합의 장이 되어 다함께 즐길 수 있는 마당이 되길 기대한다.
지난 여름, 팔과 다리가 없어도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고 있는 호주의 닉 부이치치가 한국을 방문했다. 가진 것에 감사하다는 그의 밝은 웃음에 나는 깊은 감동을 받았다. 장애를 개성으로 인정하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거둔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제2의 닉 부이치치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의 차이는 약간의 불편함이 있고 없고의 차이일뿐이다. 장애인의 날이라고 해서 특별히 장애인들에게 관심을 갖는 그런 날이 빨리 사라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