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인도 정부가 발표한 2014~15년도 예산안에는 유독 눈에 띄는 조치가 있다. 자동차 소비세 경감이다. 소형차ㆍ이륜차ㆍ상용차와 중형차의 소비세는 4%씩 낮추고, 대형차는 3%, SUV는 무려 6%나 세금 부담을 줄였다.
인도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지난해 인도 자동차 시장이 극심한 판매 부진 사태를 겪었기 때문이다. 인도자동차산업 협회(SIAM)에 따르면, 2013년 인도 자동차 판매량은 약 180만대로 전년도에 비해 9.59%나 감소했다. 이런 판매 감소는 지난 2002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 있는 일로, 최근 인도 경제의 위기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처럼 느껴졌다.
인도의 자동차 업계는 이번 조치를 환영하며 가격 인하로 화답하고 있다. 시장점유율 1ㆍ2위를 다투는 마루티스즈키와 현대차는 각각 전 차종에 걸쳐 8100~3만5000루피와 1만~13만5300루피에 이르는 가격 인하를 결정했고, 한국 쌍용차를 인수한 마힌드라&마힌드라도 렉스턴 모델에 대해 9만2000루피의 할인을 단행했다. 고급차시장을 주도하는 아우디와 메르세데스도 최대 38만2000루피까지 가격을 내렸다. 이러한 노력이 통했는지 지난 2월에는 승용차 판매량이 16만718대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39% 증가했고, 오토바이ㆍ스쿠터 등 이륜차 부문도 9.69%나 늘어나며 부활의 희망을 보였다. 하지만 SUV가 포함된 다용도차량 판매는 오히려 9.09% 줄고, 트럭과 버스가 포함된 상용차 판매 역시 29.84%나 감소해 본격적인 판매 회복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높은 이자율과 연료비 수준, 루피화 가치 하락, 여기에 5월 총선 이전까지 관망하며 결정을 미루려는 소비심리 등이 맞물려 이번 소비세 인하가 의미 있는 효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럼에도 인도 자동차 시장은 성장가능성을 생각할때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 시장이라 감히 말할 수 있다. 실제로 인도는 2000년 15위에서 2011년 세계 6위의 자동차 생산국으로 도약했다. 자동차 산업은 인도 GDP의 약 7% 비중을 차지하며 최근 경기 침체 여파로 인한 판매 부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력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구르가온, 첸나이, 푸네, 방갈로르, 노이다 등 인도 전역에서는 이미 수많은 글로벌 메이커들이 생산기지를 운영 중이다.
소형차 판매 대수만 보더라도 2009~10 회계연도 기준으로 90만대를 기록해 70만대를 판매한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로 부상했으며, 이는 향후 소득 증가에 따라 점차 중ㆍ대형차 수요 확대로까지 이어질 것이란 기대를 가능케 한다. 여기에 12억 인구 중 60%가 넘는 두터운 35세 이하의 젊은 인구층과 아직 1000 명당 13대라는 신흥시장 중 가장 낮은 자동차 보급률(참고로 중국 45대, 브라질 160대, 인도네시아 42대)까지 고려하면 그야말로 폭발적인 잠재력을 보유했다고 할 만 하다.
이러한 점들이 지금은 힘들어 보여도 우리가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인도 자동차 시장 진출을 노려봐야 하는 이유이다. 앞으로 인도 시장 진출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보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해본다.
조동준 코트라 뭄바이무역관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