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경찰이 28일 공개한 세월호 침몰 사고 구조 동영상이 시린 가슴을 더욱 아프게 후벼 판다. 승객들을 내팽개치고 제 살길만 찾아 나선 선장과 선원들, 골든 타임을 허비하며 허둥대는 해경 등 이번 사고에서 제기된 문제점들이 이 한편의 동영상에 고스란히 담긴 것이다. 동영상은 해경 123경비정이 사고해역에 도착한 9시28분부터 뱃머리만 남기고 선체가 가라앉은 11시18분까지의 기록이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그런데도 선실에 대기하던 학생들에게는 아무도 구조의 손길을 내밀지 못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선장과 선원들의 비겁한 행태다. 이미 수 없이 지적한 바 있지만 실제 동영상으로 그 장면들을 확인하니 새삼 분노가 치민다. 멋진 제복을 차려입고 혼신을 다해 구조를 지휘하는 선장은 영화속의 장면일 뿐이다. 우리의 선장은 승객들의 구조 요청이 귓전을 때리는 데도 속옷차림에 맨발로 버둥거리며 구조선에 오르기 바빴다. 사명감도, 책임감도, 염치조차 실종된 우리 사회의 민낯이다.
해경의 초동대응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허술했음도 그대로 드러났다. 경비정을 타고 사고 선박 주변을 맴돌며 밖으로 나온 승객만 구조하는 소극적 장면들 뿐이다. 곧바로 선내에 진입해 승객들에게 위급상황을 알리고 단 1명이라도 구해내겠다는 공격적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배가 많이 기운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은 변명조차 되지 않는다. 선장과 선원들이 빠져 나올 정도면 선실로 들어갈 여지는 얼마든지 있었을 것이다. 적어도 접근 가능한 유리창은 모두 깨뜨리는 기동력이라도 발휘했다면 ‘174’에서 멈춘 구조 인원 숫자는 훨씬 늘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판단을 하지 못한 것은 평소 해난 사고에 대한 해경의 훈련과 대비가 전혀 없었거나 허수룩했다는 증거다. 하긴 구조정에 접이식 사다리, 해머와 도끼, 구명밧줄 등 최소한의 구조 장비는 싣고 다니는지도 의문스럽다. 해경에도 구조자 신원파악, 선박구조 아는 선원 활용하기 등 구조 매뉴얼이 있었다. 그러나 막상 실전에서 무용지물이나 다름 없었다.
이번 사고의 일차 책임은 두말할 것 없이 선사인 청해진해운과 세월호 선장 및 승무원들에게 있다. 특히 제 몸만 빠져나와 유유히 구명정을 탄 선장과 선원들의 비인간적 행태는 엄벌에 처해 마땅하다. 하지만 더 걱정스러운 것은 해경의 미숙한 초동대처다. 이 동영상은 육상 해상 가릴 것없이 모든 사고의 반면교사가 돼야 한다. 그게 세월호 피해자들의 희생에 조금이라도 보답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