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기표 미국 공인회계사ㆍ경제평론가
한미FTA 발효가 지난달을 기점으로 2년이 지났다. 양국에서는 FTA 득실에 대한 다양한 견해와 분석이 나오고 있는 시점이다. 필자의 경우에는 한미FTA가 경제교류 활성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면서도, 동시에 2년여의 단기간으로는 FTA 발효와 수출증가율 등의 각종 경제지표간의 명확하고 의미있는 상관관계를 도출하는 것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내포할 수 있다고도 판단된다.
예컨데, FTA 이전 120억달러였던 대미 무역흑자가 발효 둘째 해에 200억달러로 확대된 것을 통합적 경제분석 프레임워크로 접근해 보면, FTA뿐만이 아니라 양국의 경기민감도가 상당한 영향력을 미쳤음을 추정할 수 있다. 그 근거는 작년 대미 수입 폭 감소는 FTA와 무관한 곡물과 광물의 두 상품부문 수입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2년 전보다 곡물수입은 미국의 가뭄으로 인해 17억달러 감소했으며, 광물수입은 한국의 경기침체로 10억달러 감소한 것이다. 특히 FTA 혜택품목들이 발효 2년차에는 수출증가율이 4.9%인데 비혜택품목의 동일기간 증가율이 5.7%인 것도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즉 FTA 자체만으로 양국간의 경제지표를 확대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사료된다.
이런 인식 속에서 한가지 주목할 점은 미국정부의 실리적이고 침착한 피드백이다. 지난 1일 미국 무역대표부는 국가별 무역장벽, 위생검역, 기술장벽에 대한 세 가지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 한미FTA 체결로 인한 미국산 자동차 수출의 80% 증가 등의 자국 관점의 긍정적 결과를 명시하면서도 저탄소 협력금제도 도입에 대한 미국자동차 업계의 우려 등을 구체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이런 이면에는 자국내 한미FTA 반대파에 대한 설득을 위한 제스처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FTA의 실리를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루기 위한 모멘텀을 만들려는 포석으로 보여진다. 동시에 표면적으로는 FTA의 공과를 명확히 명시함으로서 양국간의 윈-윈 패러다임을 제시하여, 단기적으로 수혜자로 평가되는 한국에 대한 무역균형의 압박으로도 보여진다.
그렇다면 지금의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한미FTA 2주년을 어떻게 냉정하고 차분하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우선 FTA 체결의 근본 취지인 양국간의 무역활성화 관점으로 FTA를 모니터링해야 한다. 지나친 자국 이익 관점의 지표발표 및 해석은 자칫 상대국에 감정적 자극을 할 수 있으며 동시에 FTA 이행도를 저하시킬 수 있는 것이다.
즉 단순한 지표에 연연하지 말고, FTA를 통한 무역활성화와 이에 따른 양국의 정부ㆍ기업ㆍ국민들간의 윈-윈의 사례를 강조해야 한다. 또 이를 강화시키는 구체적 실무방안을 연구해야 하는 것이다. 예컨대 발효연차별로 새롭게 적용되는 관세 혜택품목들이 제3국간의 거래에 비해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거래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혜택품목 기업들의 시장조사단 교류확대와 관세혜택 폭만큼의 소비자혜택 증대를 위한 농산물 등의 유통채널 개선을 대표적인 노력으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해야 우리 기업들은 FTA를 활용해 중국ㆍ일본 등 FTA 미체결국에 비해 미국시장을 효과적으로 개척할 수 있을 것이며, 소비자들은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자유무역 생태계의 수혜를 받는 것이다.
이런 논리는 역으로 상대국에도 적용된다. 이러한 양방향 선순환의 자유무역 생태계에 놓여 있을 때, 양국 모두가 FTA의 수혜를 본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자국 산업의 보호와 지원도 전략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한미FTA 2주년의 냉정하고 차분한 평가의 핵심은 결국, FTA의 체결 취지에 맞는 무역활성화를 통해 양국의 기업과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경제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윈-윈의 무역∙경제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개발 및 공유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