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서거 5주기를 맞은 노무현은 광복 이후 최고의 개혁적 대통령으로 꼽힌다. 정조가 화성 천도를 꾀했듯 수도 이전을 추진하다 우여곡절 끝에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를 출범시켰다. 반칙과 기회주의가 난무했던 과거사를 바로 잡으려 했고 ‘권력의 시녀’라는 꼬리표가 붙던 국정원, 검찰 개혁에도 나섰다.주권 외교를 외치며 미국과의 마찰도 감수했고 남북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자 김정일과 정상회담도 가졌다. ‘가장 서민적 면모’의 대통령으로 사랑받았지만 한편으로 이상과 현실에서 길을 잃고 왜곡된 역사의식으로 국민 통합에 실패한 대통령이란 비판도 동시에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개조’를 내걸고 개혁의 길에 나섰다. 적폐 청산, 관피아 척결 같은 권위주의 시대에 등장했던 ‘센 용어‘가 난무한다. 그러나 민주주의 2.0 시대에는 채찍만이 능사는 아니다. 스스로 변화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세련된 방식이라야 선진적 관료문화를 만들 수 있다. 정조와 노무현의 성공과 실패를 타산지석 삼기 바란다.
문호진 논설위원/mh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