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과 신용카드 3사에 대한 제재가 계속 늦어지고 있다. 금융 기관들이 잘못을 했으면 감독 당국은 진상을 철저히 파악한 뒤 제재하고 필요하면 책임자를 중징계 해서라도 이를 바로 잡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이례적으로 외부 권력기관이 징계 과정에 개입하는 듯해 이런 정상적인 절차가 훼손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제재가 늦어지면서 대상 인사들의 전방위 로비설도 끊이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은 고객정보 유출과 전산기 교체, 도쿄지점 부실대출 등과 관련해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 등 KB금융 관계자 징계 결정을 지난달 26일까지 모두 마칠 예정이었다. 올해 초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 사태를 야기한 신용카드사 임직원 징계도 같이 맞물려 있다. 그러나 이 날은 물론 3일 제재심의회의에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연기를 거듭하고 있는 상태다. 오는 17일과 24일에도 회의가 잡혀 있지만 명쾌한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감독 당국의 결정이 늦어지는 것은 심의 대상자가 200명이 넘을 정도로 워낙 많아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당국의 제재 결정은 당사자는 물론 해당 금융기관에도 심대한 영향을 주는 만큼 단 한건이라도 억울한 경우가 나오지 않도록 꼼꼼히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감독 당국이 외부 요인으로 결정을 계속 미루고 있다면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실제 감사원이 제동을 걸고 나왔다. 감사원은 금융당국에 대한 종합감사 결과가 나온 뒤 금융회사를 제재하라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징계는 9월 이후에나 가능해진다. 앞서 감사원은 국민카드가 국민은행에서 분사할 때 고객 정보를 가져간 것이 규정 위반이라는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당시 국민은행장은 임 회장이었다. 금감원이 그래도 징계 심의를 계속하자 아예 감사원은 감사 결과가 나올때 까지 기다려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감사원이 임 회장을 감싸고 도는 게 아니냐는 소리가 금융권에서 끊이지 않는 것은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감사원은 적법한 요청이라고 하지만 국회 차원에서 문제가 없는 것인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감독 당국은 감사원의 문제 제기와 관계없이 KB금융과 카드사 중징계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당연하다. 외부의 입김이나 로비에 금융당국이 오락가락 한다면 감독권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법과 원칙에 따라 금융사를 제재하고 기강을 바로 잡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 금융기관의 환골탈태와 혁신은 물론 국제 경쟁력도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