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3억명이 찾는 라스 베가스
260만 주민 관광객 덕에 생계
내수 디플레이션 빠진 한국
관광 서울로 수백만 일자리를…
1991년에 개봉한 영화 ‘벅시’는 미국의 갱 벤자민 벅시 시겔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다. 1906년 뉴욕의 가난한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난 벅시는 황무지 라스 베가스를 카지노 도시로 만들어 놓는다. 비록 마피아의 일원으로써 그들에 의해 무참히 살해되기는 하지만 그때 벅시가 꿈꾸었던 도시는 지금 세계 최대의 관광도시가 되어 있다.
라스 베가스는 단순한 카지노 도시가 아니다. 관광도시로 탈바꿈한 지 오래됐다. 모든 헤비급 권투 챔피언십이 라스 베가스 특설링에서 개최된다. 세계 최고의 마술사, 피겨 스케이터, 가수들의 쇼가 매일 저녁 공연된다. 도박을 즐기러 가는 사람보다 관광으로 가는 사람들이 더 많다. 2011년 한해에만 3억6800만명의 관광객이 라스 베가스를 찾아 평균 3.7일을 체류했다. 컨벤션은 1만9000회 이상(2009년 기준) 열렸다.
이들 관광객 덕분에 라스 베가스의 60만 인구가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라스 베가스 시민은 1가구당 6만2335달러의 소득을 올린다. 미국 평균 6만2982달러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클라크 카운티 시민 200만명도 마찬가지다. 합산해보면 서울 인구 4분의 1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관광객의 덕으로 살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수출시장에서 낙양의 지가를 올릴 정도로 성공을 구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시장에 이어 휴대폰 시장을 석권했다. 현대차는 자동차 생산 1000만대의 꿈을 이뤄가고 있다. 세계 4위에 해당된다. 다른 중견 제조업들까지도 세계 1등이 허다하다. 이들의 노력이 한데로 모여 무역 1조 달러라는 금자탑을 이룩해냈다.
그러나 그 화려함의 이면에는 내수 디플레이션이라는 그늘도 있다. 수출ㆍ제조업이 일자리 창출 기능을 제대로 못해준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오히려 있는 일자리 잘 유지해주기만 해도 감지덕지다. 이제 새롭게 일자리를 만들 방법을 찾아야 한다. 새로운 형태의 산업을 일으켜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팔아야 한다.
그 답은 바로 서울에 있다. 서울 관광이다. 서울도 잘만 하면 라스 베가스처럼 해볼 수 있다. 수백만명의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 기본 여건은 충분히 갖춰져 있다. 관광의 60%는 근거리 관광이다. 우리의 관광지가 주로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집중되는 만큼 그들의 관광지에도 당연히 서울이 들어간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신흥국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해 2020년경에는 중산층이 23억명에 달할 전망이다. 세계에서 가장 탄탄한 관광 수요층이 형성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을 어떻게 서울로 끌고 오느냐의 문제다. 관광의 목적은 보고 즐기는 데에 있다. 보고 즐기는 것으로 치자면 서울은 자연적인 경관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 그랜드 캐니언이나 이구아수 폭포는 당연히 없을뿐더러 중국에도 뒤진다. 그렇다면 결국 인공적인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예를 들면 종로를 디지털문화축으로 삼아 광화문에서 종로2가까지의 건물 유리창을 디지털패널로 교체하고 거기에 대장금, 싸이, 소녀시대로 휘황찬란한 밤거리를 만들어 볼 수 있다. 세종문화회관 분수대광장에서는 짝퉁 한류 가수 쇼를 공연하고,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동대문디지털한류플라자로 개조해 동남아 쇼핑객을 더 많이 끌어들이는 관광쇼핑 명소로 탈바꿈시킬 수도 있다. 이런 투자는 민간에서 하기는 어렵다. 투자비가 너무 많이 들어가는데 반해 수익성은 보장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제학적으로 말하면 자연독점 재화이고, 이것은 정부나 서울시 차원에서 장기투자를 해야 한다.
라스 베가스는 세계 최고의 관광지로 우뚝 서있다. 서울도 그렇게 될 수 있다. 꿈꾸기 나름이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