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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서울시교육감의 유연한 ‘자사고 판단’ 반갑다
자율형 사립고의 일반고 전환 논란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자사고 대 수술을 예고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그 시기를 일단 2016년으로 연기하기로 25일 일부 언론을 통해 밝힌 것이다. 당초 서울시 교육청은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인 14개 자사고 가운데 기준에 미달하는 학교는 지정을 취소하고 내년부터 일반고로 전환시킬 예정이었다. 그러던 조 교육감이 사실상 한 발 물러서는 유연함을 보인 것으로 반가운 결정이다. 인근 경기도 교육청은 안산의 동산고에 대해 며칠 전 지정 취소를 통보한 바 있다. 학생 피해 최소화를 위해서라도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외견상 이유다.

실제 내년부터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려면 시간이 촉박하다. 2015년도 자사고 신입생 모집 요강은 대개 8월 초에 확정되는 데, 그러려면 적어도 이달 말까지 재 지정 여부를 결정해 줘야 한다. 동산고 처럼 밀어붙일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학부모 등 이해당사자는 물론 교육계 전반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게다가 지정을 취소하려면 청문 절차를 거쳐야 하고, 청문 열흘 전에는 학교에 이를 통보해야 하는 데 그것만 해도 시간적으로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물리적 시간 뿐 아니라 제도 전반을 들여다보는 시각도 여유가 필요하다. 제도가 다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손바닥 뒤집듯 쉽게 바꾸다보면 교육 현장의 혼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문제가 있다면 순차적으로 바로 잡아가는 게 순리다. 물론 그동안 교육 관련 정책들이 숱한 시행착오를 겪어 왔고 지금도 문제투성이 제도가 한둘이 아니다. 자사고도 운영에 문제가 많은 건 사실이다. 다양한 교육실험으로 획일적 교육의 한계를 탈피한다지만 설립 취지가 제대로 구현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일반고 3배가 넘는 비싼 등록금으로 ‘귀족학교’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과학고와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가 ‘입시 명문’ 학교로 변질한 것처럼 자사고도 그 전철을 밟는 듯한 조짐도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없애고 보자는 식의 처리는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드러난 문제는 신중하게 하나씩 해결해야 궁극적인 발전을 끌어낼 수 있다. 자사고 역시 최대한 설립 취지를 살리되 엄격하고 공정하게 평가의 잣대를 대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준에 못미치면 가차없이 지정을 취소하면 된다. 무엇보다 교육제도를 이념적으로 접근해선 안된다. 외고와 과학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교육정책 당국과 시도교육청, 학생과 학교가 머리를 맞대면 개선 방안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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