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분명한 것은 우리네 조상이 추석을 민족 최대 명절로 삼아 왔다는 사실이다. 오곡백과가 영근 데다 휘영청 둥근달마저 어둔 세상 가득 밝히니 더 바랄 것도 없이 노래와 어깨춤이 절로 났으리라.
추석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38년 만에 가장 이른 추석으로 햇곡이나 과일이 미처 여물지 않아 그 맛은 아쉽지만 덜 하다. 때문에 제수용 과수 가격이 만만치 않아 올해 추석 차례상에 드는 비용도 예년에 비해 크게 오를 전망이다. 줄잡아 4~5%는 족히 뛴 17만~21만 원선이 될 것이라고 한다. 백화점도 재래시장도 밝지 않다. 극심한 소비침체로 선뜻 지갑 열기가 쉽지 않은 탓도 크다.
그래도 마음만은 풍성하다. 대체휴일(10일)이라는 짜릿한 첫 경험에 둥근 보름달까지 약속돼 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찾은 고향에서 추억을 되살리며 가족의 정을 흠뻑 느낄 수 있는 기회로는 안성맞춤이다. 뒷동산이든 주변 달맞이 명소든 발품을 팔아 간만에 지긋하게 달을 바라보며 시름에 젖은 마음을 훌훌 털어내는 것도 색다른 보람일 것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소박함은 모자라도 나누는 조상들의 오랜 미덕이다. 무엇보다 이럴 때 일수록 필요한 것은 나보다 딱한 이들에 대한 배려다. 잠시 주변을 둘러봐도 웃음을 잃었거나 살아도 사는 게 아닌 이들이 숱하다. 십시일반(十匙一飯) 정성을 베푸는 ‘더불어 한가위’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황해창 선임기자/hchw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