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은 한자로는 중추절(仲秋節)이고 우리말로는 한가위가 됩니다. 중(仲)은 으뜸이라는 뜻이니 중추는 곧 가을이 한창인 음력 8월 중순인 이맘때입니다. 그렇다면 복잡할 것도 없이 ‘가장 깊은 가을의 보름날 저녁’이라는 얘기가 됩니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것, 다시 말해 키워드라면 보름달일 겁니다.
보다 분명한 것은 우리네 조상이 추석을 민족 최대 명절로 삼아 왔다는 사실일 겁니다. 오곡백과가 영근 데다 휘영청 둥근달마저 어둔 세상 가득 밝히니 더 바랄 것도 없이 노래와 어깨춤이 절로 났으리라 생각됩니다.
이번 추석명절에 기대되는 둥근 보름달 |
이제 추석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세월 참 빠릅니다. 세월호 네월호 하며 몇 달 보냈더니 가을 문턱입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추석 맛이 영 나질 않습니다. 38년 만에 가장 이른 추석이라 햇곡이나 과일이 미처 여물지 않은 때문일 겁니다. 이러니 제수용 과수 가격은 크게 오를 수밖에 없고 추석 차례상에 드는 비용은 예년에 비해 크게 치솟을 거랍니다. 줄잡아 4~5%는 족히 뛴 17만~21만 원선이 될 것이라는 뉴스입니다. 백화점도 재래시장도 분위기가 그다지 밝아 보이질 않습니다. 극심한 소비침체로 선뜻 지갑 열기가 쉽지 않은 탓이 무엇보다 클 겁니다.
하지만 세상만사 마음먹기 나름입니다. 애써 풍성하게 느껴 볼 필요도 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생소한 대체휴일(10일)까지 포함해 닷새 황금휴일이 기다리고 있는데다 이번 추석만큼은 둥근 보름달까지 약속돼 있습니다. 오랜만에 찾은 고향에서 추억을 되살리며 가족의 정을 흠뻑 느낄 수 있는 기회로는 안성맞춤일 것 같습니다.
뒷동산이든 주변 달맞이 명소든 발품을 팔아서라도 간만에 지긋하게 한참이고 둥근달을 바라보며 시름에 젖은 마음을 훌훌 털어내는 것도 색다른 보람일 거라는 생각입니다. “달아달아 밝은 달아~”노래라도 한번 읊조려 보십시오. 속이 후련해지지 않을까요. 기자도 이번엔 그렇게 해 볼 참입니다.
다함께 즐거운 ‘더불어 한가위’ |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소박함은 이 날 만큼은 모자라도 서로 나누는 조상들의 오랜 미덕입니다. 놀부도 한가위 보름달 아래에선 대문을 열고 떡과 과일을 이웃에게 나눴으리라 상상해 봅니다. 주변을 둘러보십시오. 나보다 또 우리보다 못한 이들이 숱합니다. 십시일반(十匙一飯)의 정성을 베푸는 ‘더불어 한가위’가 됐음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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