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청와대에서 열린 2차 규제개혁회의에서는 규제혁파의 파괴력을 입증하는 다양한 성공사례가 제시됐다. 고양시 소재 세대산전은 다국적 기업인 테스코 등으로부터 225억원 규모의 수출물량을 수주했지만 공장 증설이 안돼 납기를 맞출 수 없는 형편이었다. 농림지역 이어서 증축이 불가했기 때문이다. 민원을 접수한 경기도측은 국토건설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련 부처별로 설득하기에는 어렵다고 판단해 국무총리실로 달려갔다. 총리실 관계자가 현장을 방문해 살펴보니 이미 주변이 다 개발돼 있어 농림지역으로서의 의미를 상실한 곳이었다. 총리실은 결국 국토부로부터 증축허가를 받아냈고 세대산전은 시설투자로 90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게 됐다.
세대산전 사례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명제를 다시금 곱씹게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회의를 주재하면서 타성에 젖어서 규제개혁이 어렵다고만 하지 말고 홀로 남은 어머니가 10명의 자식들을 키우는 마음가짐으로 규제를 대하라고 강조했다. 연약한 어머니가 갖은 역경을 이기고 자식들을 간수하는 힘의 원천이 관심과 사랑이듯이 국민의 규제 민원도 이같은 심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끝장 토론’ 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장장 7시간 동안 진행한 1차 회의의 성과가 미진했던 것에 대한 질타로 들린다. 정부는 박 대통령이 당초 8월20일로 예정된 2차 회의를 보이콧하자 부랴부랴 5차례 관계 부처 회의를 열어 벼락치기하듯 14건을 추가 해결하는 소동을 벌였다.
정부는 2차 회의에서 규제개혁을 통해 2017년까지 17조6000억원의 투자ㆍ시장 창출 효과가 나타나고 국민부담이 1조5700억원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국토부가 서울 1.5배 규모의 장기 미집행 도로ㆍ공원 예정지 해제 등을 발표했고 안행부는 연내 지방규제 10% 감축안을 내놓았다. 식용곤충 갯수 확대, 전통시장의 생닭 낱개 포장, 농촌민박 아침식사 허용 등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와 연관되는 ‘깨알 같은 규제’도 대폭 풀기로 했다. 그대로 된다면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이 아무리 ‘규제는 일자리를 빼앗는 범죄요, 암덩어리며 쳐부술 원수’ 라고 외쳐도 국민이 체감하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얽힌 실타래처럼 이해가 상충되고 형평성 문제가 첨예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할 수 있는 것부터 박 대통령 말 처럼 ‘눈 딱 감고 화끈하게’ 풀어야 한다. 규제 중에서 가장 무섭다는 공무원들의 ‘엉덩이 규제’만 없애도 눈에 띄게 좋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