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명절 연휴가 끝났다. 이젠 일상으로 돌아와 다시 경제를 챙겨야할 때다. 우리는 오랫동안 경제불황의 터널을 걸어온 만큼 지난 7월 출범한 최경환 경제팀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새 경제팀은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고자 전력투구하는 모습이다.
DTI(총부채상환비율), LTV(주택담보대출비율) 등 주택시장을 꽁꽁 얼어붙게했던 부동산 규제가 상당부문 풀렸고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대못도 하나 둘씩 뽑아내려는 노력이 역력하다. 새 경제팀이 경제회복의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나선 덕분인지 주택시장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고, 유통시장의 소비 불씨도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일각에선 한국경제의 맥박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는 소리가 들린다. 또 ‘최경환 효과’ ‘최경환 노믹스’ 등 신조어도 나오고 있다. 불황 탈출을 운운하기는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여간 반가운 소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우리에겐 주마가편(走馬加鞭)의 지혜가 필요하다. 경제회복이 본격화할 수 있는 추가적인 고강도의 대책이 뒤따라야한다는 뜻이다.
경제활성화의 주체는 정부가 아닌 기업이기 때문이다. 재계에선 여전히 기업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파다하다. 최경환 경제팀을 앞세운 박근혜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며 경제활성화를 주창하고 있지만 정작 기업들의 투자환경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아직도 금고에 돈을 잔뜩 쌓아둔채 투자를 외면하는 기업들이 많다. 투자는 고사하고 오히려 노동력이 값싼 외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려는 곳이 허다하다. 일부 기업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투자를 하고 싶어도 최고경영자의 부재로 투자의 호기를 놓치거나 경영난을 겪는 기업도 있다.
실제로 매출 200조원을 자랑하는 재계 랭킹 3위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구속된 뒤 1년 9개월가량 경영공백 상태다. SK그룹은 총수의 장기부재로 주력사인 SK이노베이션이 지난 2분기 1조원대 적자를 내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12일 항소심 공판을 앞두고 있는 이재현 회장의 CJ그룹도 별반 다르지 않다. 재계 13위인 CJ그룹은 올들어 주요 계열사의 경영실적이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대형 M&A나 장단기 투자, 중소기업 지원 육성 프로그램 등도 줄줄이 연기되거나 중단 사태라고 한다.
CJ그룹의 경우 올 상반기 투자가 중단되거나 늦춰진 금액만 무려 4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수의 건강이 안좋아진데다 경영공백 상태가 장기화됐기 때문이다.
잘못을 저지른 기업이나 최고경영자는 마땅히 처벌 받아야한다. 이를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기업들이 경영공백으로 겪는 실기나 후유증이 심각한 만큼 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생각해야한다. 신체를 구속하는 엄벌주의식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말이다.
방법은 많다. 인신구속 대신 벌금이나 추징금 등 재형(財刑)적 처벌도 선택할 수 있는 방법중 하나일 것이다. 물론 이번 기회에 정치권도 소모적 정쟁을 중단하고 기업들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데 동참해야한다.
몇일 뒤면 최경환 경제팀이 출범 두달을 맞는다. 이제는 경제만 생각할 때다. ‘최경환 노믹스’가 조금씩 시그널을 보내는 지금이 한국경제를 불황의 늪에서 꺼낼 수 있는 ‘골든타임’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신바람 나야 경제가 살고 경제가 살아야 나라가 바로 설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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