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내홍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소속 의원들이 비상대책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박영선 원내대표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고, 코너에 몰린 박 대표는 탈당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선장없이 침몰하는 난파선의 혼란과 다를 게 하나 없다. 지도부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활로를 찾아도 살아날까 말까 하는 판에 계파별 이해에 함몰된 채 목소리만 높이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김대중 노무현 2명의 대통령을 배출해 10년을 집권한 60년 전통의 민주정당의 저력있는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퇴진을 주장하는 세력에 대해 “정권을 잡기 위해 스스로를 개혁하고 성찰할 의지가 없는 것같다”고 비판했다. 그럴만도 하다. 사실 박 대표는 할 만큼했다. 민생을 우선하라는 민심을 반영해 두번이나 여당과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했하는 수완을 보였지만 의원총회에서 저지당했다. 이어 두 명의 공동비대위원장을 외부에서 영입키로 했으나 역시 각 계파의 반대로 무산됐다. 박 대표의 지도력이 없어서 그렇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위기 빠진 당을 구하라며 비대위원장을 맡겨놓고 결정에는 따르지 않는 이율배반적 조직에선 누구도 지도력을 발휘할 수가 없다. 이러니 당 대표나 다름없는 박 대표가 탈당을 한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이 자중지란에 빠진 가장 큰 요인은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ㆍ486세력의 욕심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회가 다섯달 째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도 당권 욕심 말고는 아무것도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민생은 내팽개치고 거리로 뛰쳐 나가고, 민생법안은 세월호법에 꽁꽁 연계시켜 놓았다. 그러고는 자신들이 세운 박 대표가 당권에 눈독을 들일까 마구 흔들어대는 것이다. 이런 자파 이해에 매달린 정치로는 결코 새정치연합을 정상화시킬 수 없다. 따지고 보면 새정치연합의 지지도가 10%대로 추락한 것도 민생을 거들떠보지 않는 데 대한 절망감의 표출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국회가 정상을 되찾고 산적한 민생현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그 한축인 새정치연합이 빨리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계파 이익과 당권보다는 국익을 생각하는 수권정당의 듬직한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바란다. 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는 너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더 시간을 끌면 국민들은 그나마 남은 애정을 거두고 새로운 대안세력을 찾을 수 밖에 없다. 이미 그런 움직임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