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에서 최근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에 나타난 가전ㆍ모바일 산업의 현주소는 세계 시장에서 일등기업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하며 엄청난 수익을 거둬들이던 애플과 삼성전자는 중국 기업들의 추격에 숨을 헐떡거리고 있다. 고객들에게 새로운 감동을 주기 위해 스마트워치 등으로 진화하는 기술 전쟁은 전자업계의 판도가 언제든 바뀔 수 있음을 예고한다. TV, 냉장고등 가전기기에 생명을 불어넣는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은 ICT업계의 미래를 뒤흔들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물에 센서를 부착해 인터넷으로 데이타를 실시간 교류하는 IoT는 손목시계로 부르면 승용차가 스스로 주인이 있는 곳으로 달려와 문이 열리고, 집에 들어가면 자동으로 전자기기가 작동하는 기술이다. 전자, 통신, 의료, 자동차 등 업종의 벽을 허물고 새로운 분야여서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자동차업계의 글로벌 경쟁도 점입가경이다. 안전과 디자인 중심이던 승부가 친환경ㆍ고연비의 연료전쟁으로 발전하고 있다. 전기차, 수소차 등 차세대 자동차를 어느 나라, 어느 기업이 먼저 대중적으로 상용화하느냐에 따라 자동차와 관련 부품업계는 한바탕 파고에 휩싸일 것이다.
요즘은 잘 나가는 계열사나 사업부문이라도 기업의 미래 비전에 맞지 않으면 과감하게 매각하는 기업을 자주 본다. 수요층이 많은 지역에 투자해 디자인센터나 연구ㆍ개발(R&D)거점을 확보하는 기업도 많다. 적자생존의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기업들은 생존과 도약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대마불사의 환상이 깨진 후 자체 경쟁력을 잃으면 정부나 금융기관이 도와주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투자와 고용 확대를 독려해도 기업들이 잘 움직이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기업들은 철저히 자체 분석과 경영 판단에 따라 투자 방향과 규모를 결정하고 그 과정에서 기업 총수가 판단을 잘못한 기업들은 속절없이 무너진다. 그래서 많은 제조업체들은 일회성 규제 완화보다 예측 가능하고 일관성있는 정책을 더 원한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가 규제 개혁 분야를 서비스업으로 잡은 것은 평가할만 하다. 일자리 창출과 내수 활성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이 관광,의료, 교육 등 서비스업의 규제 개혁이다. 그런데 서비스업 규제 철폐는 정부가 10년넘게 외치지만 국회만 가면 좌절된다. 부익부 빈익빈으로 계층간 갈등을 유발하는 ‘괴물’로 변한다. 영리병원 허용은 서민들의 의료비를 급등시키고, 호텔은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말한대로 서비스산업 육성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먹고사는 문제다. 특히 관광산업은 자영업이나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서민들을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 아침 출근길에 탄 택시에서 중국어를 가르치는 라디오 방송이 나왔다. 중국 관광객 손님이 자주 탑승해서 수개월전부터 중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는 택시기사의 말에 관광산업 육성이 민생 현안임을 새삼 절감했다.
parks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