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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광장-강우현> 환갑내기 살아있나?
노령자 급증은 복지제도의 큰짐
해법은 기존 일자리 융합적 창출
정년 걱정 없이 평생 일하려면
일찍부터 기술·예능교육 힘써야



한 달 전, 공공기관으로부터 통지서 한 장을 받았다. 노령연금 수령통지란다. 평균수명 여자 84세, 남자 77세 시대인데 환갑나이에 ‘노령’이라니, 단어 하나에 기가 막혔다. 예우는 좋지만 그래도 굳이 이런 용어를 써야 했을까? 매달 꼬박꼬박 떼이던 돈을 내지 않아도 되는 나이, 그걸 되받는 노령이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모르겠다.

요즘 생각이 많아졌다. 태어나 학교공부에 군대까지 27년, 스스로 살아온 사회생활 기간은 33년밖에 안 된다. 이제 겨우 삶의 이치를 깨우치기 시작하는데 국가에서 연금을 주겠다니, 고마운 한 편 서러움이 밀려온다. 앞으로 살아있는 날이 얼마나 될까? 100수를 누린다면 39년, 80세라 해도 20년 가까이 연금 수령자다. 

은퇴했거나 해야 할 나이, 늘어나는 노령자는 앞으로 복지제도의 커다란 짐이 될 것이다. ‘내가 받는 만큼 자식들 세금도 늘어날텐데...’ 은근히 아들내외 생활이 걱정된다. 선거 때마다 후보자들이 외치는 ‘노인 일자리 창출’이란 구호가 스쳐간다.

노인이라면 연금 수령자 즉, 내 나이부터 말하는 모양인데 더 창출할 일자리가 뭐 있나? 지금의 일자리가 살아있다면 새 일자리를 만들 필요도 없을 터인데 우습기까지 하다. 후진들을 위해 길을 비켜주는 게 미덕이라지만 결국은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노인 일자리? 새로 만들려 하지 말고 지금의 일자리라도 살려라.

농촌에서 새끼 꼬며 살아가던 이는 새끼 꼬는 재주로 먹고 사는 게 마음 편하다. 뜨개질 바느질로 평생 자식 뒷바라지하던 어머니들, 그걸로 먹고 살게 할 수는 없나? 송충이로부터 솔잎을 뺏어버리고 뽕잎 먹고 살라고 강요하지는 않는지, 아직도 건강과 열정이 창창한 환갑세대를 중늙은이 취급하지 마라.

세상이 변했다고 한다. 미디어나 기술과 유행이 바뀌어갈 뿐, 삶의 근본이 달라지진 않았다. 지금은 융합시대다. 새끼 꼬기나 뜨개바느질에 디자인을 접목하면 전통문화상품, 관광 포인트로 되살릴 수 있다. 노령층이 스마트폰으로 선거 판세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도 세대간 융합의 산물이다. 새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섞어라. 그 많은 일자리 창출 공약이 무색하게 된 것도 새 것만 찾으려하기 때문이다. 젊은 일자리는 새로운 트렌드로 과감히 창출하고 기존의 일자리를 되살리는 방안을 고민할 때다. 나이가 들면 아무래도 동작이 더디고 체력도 달린다. 게다가 기술 노우하우마저 없다면 솔직히 말해 쓰임새도 적다. 사무관리직 가운데 별도의 취미나 특기가 없는 이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차세대들에게도 지금과 같은 위기는 증폭될 것이다. 어찌하면 좋은가?

차제에 연금생활 노령층을 줄이려면, 그간 입시교육으로 등한시되어 왔던 기술이나 예능교육에 관심을 돌릴 필요가 있다. 시간이 많아진 은퇴자들이 혼자서도 취미와 특기를 살리면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어릴 적부터 기예를 익히게 하는 일이다. 나이 들어 가족간에 함께 화초를 가꾸거나 나무토막을 톱질해서 의자도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 집안의 도배를 직접 하고 간단한 전기수리까지 할 수 있다면, 환갑을 넘겼다고 뒷방으로 밀려날까? 

십년 가까이 80정년제를 채택하고 있는 남이섬에서는 여태껏 나이문제로 인한 갈등이 없다. 일흔이 넘은 직원이라 하더라도 나름의 기술이 있기 때문이다. 정년제도를 넘어설 수 있는 필수요원으로 영원히 남을 수 있는 환갑내기들을 기대해 본다.

의무복무 시절, 누군가의 책장에서 커닝한 문장이 기억난다. “내일 죽을 듯이 정리하고 영원히 살 것처럼 패기있게!” 노령연금 통지를 받고 가장 먼저 생각난 말이다. “얘야~, 내 경험으로는 3학년 때 몰랐던 걸 5학년이 되니까 저절로 알게 되더구나. 잠시 시집을 읽거나 꽃이라도 한 송이 그려보렴.” 공부에만 전념하는 자녀에게 여유있게 한 마디 쯤 전해주는 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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