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선임기자]세계 최빈국 네팔은 ‘신들의 나라’라고 불린다. 수도 카트만두나 인근 박타푸르 등의 도시를 돌아다니다 보면 골목마다 크고 작은 사원과 신상이 나타난다. 식당 상점, 일반 주택에도 어김없이 신상이나 신을 그린 그림이 걸려 있다. 그들은 삶과 죽음에서부터 창조, 파괴, 전쟁, 결혼, 사랑 등 모든 것을 신이 주관한다고 믿는다. 그들은 하루를 신과 함께 시작하고 마친다. 그래서 네팔을 신이 사람보다 많은 영적인 땅이라고 한다. 반면 현실의 롤 모델이 되는 살아있는 영웅은 찾기 어렵다.
이에 비해 영웅을 가장 잘 만드는 나라는 세계의 수퍼파워 미국이다. 그들은 일상적으로 영웅을 만든다. 크고 작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어김없이 영웅이 등장하고, 그들의 이야기가 회자된다. 정치권에선 지지 정당이 다르더라도 일단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으면 수퍼스타가 된다. 산업, 문화, 스포츠는 물론 소방대원, 군인, 학생 등 전 분야에서 끊임없이 스타가 나온다. 300년도 안된 짧은 역사에도 위인이 많은 것은 그런 문화 때문이다.
영웅을 가진 사회나 국가는 그만큼 활력을 갖게 된다. 그들이 롤 모델이 되고, 사회의 좌표를 제시하기도 한다. 참사가 발생해도 영웅은 그것을 긍정적 에너지로 승화시키는 마력을 발휘한다. 좋은 영웅은 좋은 사회를 만들어낸다.
인천아시안게임이 개막하자마자 많은 영웅이 탄생하고 있다. 물론 지는 영웅도 있다. 승자의 포효, 이마와 목덜미에 흐르는 굵은 땀방울은 감동적이다. 하지만 더 가치 있는 것은 자신의 한계와 기존의 벽을 뛰어넘기 위해 쏟은 피눈물나는 노력이다. 승부보다 그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공유한다면하는 더 값진 아시안게임이 될 것이다.
/hj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