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간 세월호특별법 협상이 천신만고 끝에 타결됐다. 이로써 꽉 막힌 정국은 일단 숨통을 텄고 여야는 30일 밤 늦게 국회 본회의를 열어 급한대로 계류중인 중요 법안 90개를 일괄 처리했다. 다섯달 넘도록 세월호 벽에 갇혀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한 식물국회가 이제야 정상을 되찾은 것이다. 정치권이 비록 늦었지만 대화에 다시 나서고, 극적인 타협을 끌어 낼 수 있었던 원천은 민심이다. 더 이상 세월호 문제로 국회가 파행하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란 성난 여론의 압박이 정치권을 움직인 것이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고 정치권이 해야 할 일도 많다. 여야가 어렵게 합의는 했지만 갈등의 소지는 여전히 남아있다. 당장 이해 당사자의 한 축인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들이 합의안을 거부하고 있다. 자신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다. 게다가 여야는 합의문을 만들면서 최대 쟁점이 되고 있는 특별검사 후보 추천 과정에 유가족의 참여 여부는 추후 논의한다는 어정쩡한 결론을 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세월호 특별법이 여야 합의대로 이달 말까지 처리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럴 경우 함께 처리키로 한 정부조직법과 범죄수익은닉처벌죄(유병언법)도 위태로울 수 있다.
여야는 세월호법의 완전한 마무리를 위해 유가족의 특검추천 과정 참여 여부 등 미진한 부분에 대한 협상을 가능한 빨리 시작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유가족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되 중심이 잃어서는 안된다. 유가족들도 원활한 입법을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협조해야 할 것이다. 자식을 잃고 비통해하는 유가족들의 심정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대한민국이 세월호에 묶여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이런 현실을 냉정히 받아들여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 의연함을 보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세월호에서 멀어져가는 민심을 붙잡을 수 있고, 한치 소홀함 없는 진상규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것이 또 세월호법의 취지를 살리고 희생자들의 영혼을 달래주는 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화급한 것은 국회에 잔뜩 쌓여 있는 민생과 경제관련 법안을 하루라도 빨리 처리하는 것이다. 경제가 살아나려면 관련 법안들이 제 때 뒤를 받쳐줘야 한다. 그러나 국회가 30일 처리한 법안에는 서비스산업발전법, 의료법, 관광진흥법, 소득세법 등 핵심 경제 법안들은 대부분 빠졌다. 그동안 하는 일 없이 ‘밥만 축내는’ 국회라는 오명을 벗으려면 지금부터라도 밤을 밝혀 경제 법안을 심사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