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일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단지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것은 아니다. 일은 소속감과 자부심을 주고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유지시켜 준다.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도 사회구성원으로서 기여하는 것은 그 사회가 건강성을 유지하는데 필수조건이다. 오늘날 모든 국가의 정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책이 실업률을 줄이는 것인 이유다.
대한민국이 고령화사회로 접어든 것은 오래전이다. 고령화가 축복이 되기 위해서는 나이가 들어도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정년60세 법제화는 시의적절 했다. 앞으로 과제는 정년60세를 잘 정착시키고 나아가 정년을 65세, 70세로 늘리거나 궁극적으로는 나이가 기준이 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정년60세가 정착되기 위해서 가장 큰 문제는 고용주체인 기업이 운영하기에 걸림돌이 많다는 점이다. 첫째로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근속년수와 함께 임금이 상승하는 연공서열형 임금체계이다. 기업이 나이 많은 사람의 고용을 꺼리는 이유다. 대안의 하나가 임금피크제이다. 50세 전후로 일정나이에 도달하면 더 이상 임금이 올라가지 않거나, 하락하도록 설계해 고용을 연장하거나 정년을 보장하는 방식이다. 임금피크제가 일시적 대안이기는 하나 지속가능한 대안은 아니다. 임금피크제의 맹점은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하든 관계없이 여전히 나이에 따라 일률적으로 임금이 정해진다는 점이다. 장기적으로는 나이와 관계없이 일의 가치에 따라 임금이 결정될 수 있도록 임금체계의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
정년60세가 정착하는데 또 다른 걸림돌은 신분 중심의 직급·승진체계다. 사원에서 시작해 대리, 과장, 차장, 부장, 임원으로 이어지는 직급체계는 빠른 경제발전 시기에는 의미가 있었다. 입사해 오랫동안 근무하다가 50세 전후에 퇴사하면 신입사원이 공백을 채워주는 선순환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것은 조직이 사다리형 피라밋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만 해당한다. 이미 대다수 기업에서 과와 부를 폐지한지 오래다. 결제단계가 팀원, 팀장, 임원으로 이어지는 간결하고 평평한 조직으로 변했는데 직급·승진체계는 과거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이제 기업의 직급·승진체계도 능력, 업무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 호칭의 변화도 필요하다. 부의 장이 아님에도 여전히 부장이라는 호칭이 사용된다. 호칭은 조직의 위계질서를 결정하는 힘을 가진다. 부르는 사람이나 불리는 사람 모두 부장으로서 역할을 기대하게 된다. 이것은 창의적 조직문화의 흐름과 역행한다. 그동안 여러기업들이 호칭의 변화를 주고자 님, 매니저, 선배·후배 또는 영어이름을 만드는 등 노력을 했다. 심지어 어떤 벤처기업은 입사 순으로 1호, 2호, 3호라고 부르는 극단적 처방을 내리기도 했다. 문제는 한 두 기업의 노력만으로 한계가 있다는 거다. 정년60세 시대를 맞이해 우리사회는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
일이 없는 100세 시대는 최악의 재앙이다. 이제 물질적 가치보다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고 자아실현을 하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 이것은 나이와 관계없이 일을 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