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배우 차승원 씨의 ‘마음으로 낳은 아들’ 이야기가 세간에 미담으로 회자되고 있다. 비록 친부는 아니지만 친부나 다름없이 아들을 사랑했고, 앞으로도 가족을 지켜나가겠다며 털어놓은 말이다. 이는 이제까지 차 씨의 아들로 알려진 전직 프로게이머 차노아 씨의 친부임을 주장하는 모 씨가 “차 씨가 거짓으로 친부 행세를 해 명예가 훼손됐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데 따른 대응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굳이 공개하지 않았을 가족사다.
대중은 차 씨가 의부임에도 친부 못지 않은 애정으로 아들과 가정을 지키려 한다며 찬사 일색의 반응을 보였다.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를 차 씨의 이름이 한동안 점령한 것은 물론이다. 일부 매체에선 그 전까지 차노아 씨의 마약 사건 등으로 위축돼 있던 차 씨가 이번 일을 계기로 연예활동에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까지 내놓았다.
시계를 조금 앞으로 되돌려보면 차 씨 직전에 한동안 인터넷과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린 것은 배우 이병헌 씨의 협박 피해 사건이었다. 그가 음담패설을 늘어놨다는 동영상을 빌미로 그에게 50억원을 요구한 삼류 걸그룹 멤버와 모델이 공동공갈 혐의로 지난 달 30일 구속기소된 사건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에게 쏟아지는 비난은 당연했다. 하지만 엄연히 피해자인 이 씨에게도 도덕성 등을 거론하며 비난이 쏟아진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다. 결혼한지 만 1년 밖에 안 된 남성으로서 여성편력이 지나치다는 의심이 비난으로 번진 것이다. 그의 여성편력에 대해선 설만 난무할 뿐 확인된 것이 아니며, 사적인 영역이므로 확인하고 말고 할 개재도 아니다. 하지만 대중은 비난을 멈추기는커녕 그의 광고주에게 광고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서명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이 씨와 같은 소속사인 배우 한효주 씨에게도 불똥이 튀어, 그는 친동생이 병사 자살사건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만으로 이 씨와 함께 퇴출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피해자인데도 행실을 지적당하며 욕을 먹고, 당사자가 아닌 가족인데도 함께 비난을 받는다…. 고도의 도덕성이 요구되는 고위 공직자 청문회에서조차 “가족은 건드리지 말아달라“고 호소하면 어느 정도 방어가 되는데 연예인들은 그렇지 못 한 상황이다.
연예인이 과연 공인(公人)이냐는 케케묵은 논란을 다시 꺼낼 이유는 없다. 대중의 인기를 통해 큰 부를 쌓는 직업인 만큼, 대중이 요구하는 도덕성을 준수할지는 본인의 선택일지라도 그 결과에 대해서는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문제는 대중이 요구하는 도덕성의 기준과 수위는 고무줄이고 그 때 그 때 달라진다는 것이다. 사채 광고에 출연한 연예인, 범죄사건에 연루됐던 연예인들의 명단을 만들어 돌리면서 그들을 압박했던 대중은 이젠 ‘해묵은 떡밥’이라며 손을 놓고 다른 관심사를 찾아나선다. 고무줄 잣대를 또 어디로 어떻게 들이댈지 모른다.
다시 차승원 씨 이야기로 돌아오자. 수많은 재결합가정의 의부, 의모들 대부분 의자녀에 대해 차 씨와 다르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번 일을 ‘극소수의 선행’인냥 받아들이는 대중의 과대반응은 차 씨에겐 더 부담이 된다. 언제 또 들었다 놨다 할지 종잡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선의의 피해자, 희생양은 나올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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