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마크 저크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사업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14일, 15일 연속 회동했다. 두 사람은 세계 최고 정보기술(IT) 기기 제조업체와 최대 회원을 보유한 소셜네트워크(SNS) 업체 수장들이다. 이런 두 회사가 서로 손을 잡으면 글로벌 IT업계의 지형도가 당장 바뀔 수 있다. 두 수장간 만남을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계 시장 흐름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전략적 합종연횡(合從連衡)은 필수다. 국내외 관련업계는 이들의 만남 일거수 일투족에 비상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단 반가운 것은 어떤 형태로든 협력이 성사될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는 점이다. 우선 양측간 만남에서 파격과 속도감이 느껴진다. 사실 글로벌 CEO가 이틀에 걸쳐 사업 협력을 논의한 것은 전례없는 일이다. 또 삼성전자에선 신종균 ITㆍ모바일 부문 사장이, 페이스북에선 세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핵심 임원들이 함께 자리해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줄였다. 앞서 이 부회장과 저크버그는 지난 6월과 7월 두 차례 삼성본사와 미국의 한 컨퍼런스에서 회동한 적이 있다. 젊은 수장들답게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다보니 이미 어느 정도 결과를 도출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안팎의 거센 도전으로 정상의 자리를 위협받는 눈 앞의 현실도 발길을 재촉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턱밑까지 쫓아온 샤오미 등 중국 모바일 기기 업체들의 추격을 따돌려야 할 처지다. 또 애플과의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서도 페이스북과의 협력이 절실한 입장이다. 페이스북도 다를 바 없다. 13억명의 가입자를 보유하며 독보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지만 온라인과 모바일의 특성상 이용자의 SNS 업체 이동은 순식간이다. 실제 유사한 SNS가 속속 등장하고 있어 새로운 영역 개척이 절박하다.
양측 모두 회동 결과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어 정확한 내용은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웨어러블(신체 착용 가능기기) 헬스케어와 모바일 결제 분야에선 구체적인 협력방안이 오갔다는 것은 여러 경로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이들의 ‘동맹’이 완성되면 엄청난 시너지를 몰고 올 것이다. 페이스북의 콘텐트를 삼성전자의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하면 그야말로 최상의 ‘윈-윈’ 전략이 될 수 있다. 미래 IT산업을 주도하는 새로운 물줄기가 지금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형성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페북 폰’이 머잖아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