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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동네북’ 된 단통법, 요금인가제 폐지 검토할 때다
시행 2주 밖에 되지 않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초장부터 ‘동네북’ 신세다. 소비자도, 제조사도, 유통대리점도 모두 뿔이 났다. 소비자는 이전 보다 비싼 값에 휴대폰을 사야한다고 불만이다. 예전에는 똑 같은 휴대전화를 누구는 비싸게, 누구는 싸게 샀지만 단통법 도입 이후 다 같이 비싸게 사게 됐다. 그래서 단통법은 국민 전체를 ‘호갱(호구+고객의 비속어)’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소리를 듣는다. 누구나 공평하게 보조금 혜택을 받고 통신비부담을 낮추자는 법 취지와 정반대되는 현상이다. 제조사와 유통대리점은 휴대폰 판매량이 급감해서 울상이다. 단통법이 ‘단지 통신사만 배 불리는 법’의 약자라는 비아냥까지 나오자 통신사들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정부 정책에 따랐을 뿐인데 “왜 모든 비난의 화살을 맞아야 하느냐”며 하소연이다.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이런 악법인 줄 몰랐다”면서 뒤늦게 개정안을 내겠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단통법의 부작용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좌불안석이 된 정부가 SK텔레콤, LG유플러스, KT, 삼성전자, LG전자 등 통신사ㆍ제조사를 불러모아 17일 오전 긴급회동을 했다. 정부에서는 이례적으로 미래창조과학부 최양희 장관과 방송통신위원회 최성준 장관 등 주무부처의 수장이 직접 나섰다. 이들은 “단통법의 취지와 다르게 소비자가 아닌 기업 이익만을 위해 이 법을 이용한다면 정부 입장에서는 소비자를 위해 특단의 대책을 검토할 수 밖에 없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나 단말기 값을 찍어누르고 보조금을 손보겠다는 강압적 방식은 반 시장적이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통신료 인하를 소리높여 외쳤지만 결과는 ‘기본료 1000원 인하’가 고작이었다.

이동통신 시장을 근본적으로 바로잡으려면 이제 요금 인가제 폐지를 검토할 때가 됐다. 1996년부터 시행된 요금인가제는 선두 업체에 비해 불리한 시장환경에 놓인 후발업체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시장 점유율이 50%에 이르는 SK텔레콤이 정부의 요금 승인을 받으면 KT와 LG유플러스가 여기에 맞춰 요금을 책정하고 있다. 이 제도가 20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이미 3위 사업자마저 매년 6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과 1000만 명이 훌쩍 넘는 가입자를 형성한 마당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통신업체들이 보조금과 요금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통신비가 싸진다. 정부의 역할은 다양한 요금 구조를 유도하는 선에서 그쳐야 한다. 그래야 시장은 최적의 가격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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