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최근 이슬람국가(IS)의 소탕을 위해 주변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의 지지를 얻는데 한창이다. 이라크 및 시리아 등 IS와 접해 있는 터키 또한 IS에 대한 동맹국으로의 참여를 약속했다. 다만 터키는 모술영사관 직원 49명이 IS측에 억류되어 있어 군사적 행동 참여보다는 이라크 국경 근처 공군기지에 구호물자 등의 운반에 필요한 수송기 위주의 활동으로 제한했다.
시리아 난민 수가 400만명에 이르는 가운데, 터키의 일간지 보도에 따르면 최근 2년 사이에 터키는 적게는 130만명, 많게는 250만명의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통계가 이처럼 차이가 나는 이유는 UN 난민기구와 터키정부의 등록 숫자, 그리고 통계가 잡힌 시점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대략 200만명의 시리아 난민이 터키에 있다고 추정한다.
터키는 경제 성장이 부진하고 실업률이 10%에 이르는데도 많은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고 있다. 연초에 지금의 다부오을루 터키 총리(당시 외교장관)는 ‘인종과 종교에 관계없이 모든 시리아 난민을 환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무차별 폭격에서도 터키 수송기는 팔레스타인들을 위한 구호물자를 끊임없이 실어 날랐다. 그야말로 터키인의 인도주의적인 정신을 잘 보여준다.
과거 한국전쟁 당시 우리나라에 파병을 할 때도 가장 적극적인 나라 중 하나가 터키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터키 군의 한국 파병 배경에 대해서는 정치ㆍ외교적인 이유가 제시되기도 하지만 ‘우리 땅에서 벌어지지 않는다고 다른 국가에서 벌어지는 아픔을 외면하는 것은 터키인의 정신이 아니다’ 라는 인도주의적인 정신이 가장 기저에 있었다고 말한다.
터키인들은 보편적으로 정이 많으며 이슬람의 교리에 따라 모든 인간들을 존중하는 성향을 보인다. 터키인들은 하루에 최소 다섯차례의 크고 작은 착한 행동을 해야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대부분 터키인들은 길을 물어볼때는 직접 데려가 주기도 하고, 구걸하는 사람에게 1만원 이상을 서슴없이 주기도 한다. 이러한 마음가짐 때문인지 몰라도 터키인들은 길거리 난민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게 사실이다. 이들을 지원하거나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정책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 여러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터키 청년들은 일자리 부족을 호소하고 있으며, 관련 범죄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시리아 난민이 많이 유입된 지역에서는 터키인과 마찰도 발생한다.
또 한정된 자원으로 더 많은 사람을 먹여야 하기에 터키 물가는 해마다 고공비행 중이다. 식료품 물가는 작년대비 벌써 15% 이상 올랐다. 작황이 나빠져서 농산물 가격 등이 많이 올랐지만 갑작스럽게 생산에 참여하지 않는 시리아 난민 200만명의 수요는 시장질서에 혼란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위와 같은 문제점과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많은 난민을 받아들이는 터키는 오스만 제국의 후예로서 큰 포용성을 발휘하고 있다. 자기들도 힘든 와중에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터키인의 인도주의적 성향은 점차 각박해져 가는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