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콘’ 통해 韓음악시장 위상 실감
지속성장 관건은 ‘글로벌 산업화’
정확한 해외시장 분석 바탕으로
맞춤형 사업모델 개발에 주력해야
90년대부터 음악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필자는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음악행사인 미뎀(MIDEM)을 보면서 언젠가 한국이 세계 음악 시장을 선도하고 미뎀과 같이 전세계 음악종사자들이 모이는 음악 축제의 개최지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늘 있었다.
머지않아 필자가 바라던 꿈은 현실이 됐다. 우리나라의 문화 콘텐츠들이 해외에서 인기를 얻으며 음악을 중심으로 한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2012년 서울국제뮤직페어(이하 뮤콘) 행사가 시작된 이후부터는 전세계 음악인들이 오히려 우리의 음악 시장을 알기 위해 한국에 들어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해 최근 성황리에 종료된 ‘뮤콘2014’를 바라보며 우리나라 음악 시장의 달라진 위상에 감회가 새로웠다. 이번 행사를 통해 국내의 가능성 높은 뮤지션 14개팀이 실력을 인정받아 해외 유수의 아티스트와 작업을 하거나 페스티벌에 진출하게 됐으며 국내외 800여명의 바이어들이 595건의 비즈니스 매칭을 진행해 긍정적인 경제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좋은 성과들을 보면서 마냥 감상에 젖어 있을 수 만은 없었다.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아 한류의 지역을 확대하고 K-팝을 더욱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이제 한류도 다음 단계로 진화해야 함을 알기 때문이다. 과거 80~90년대 홍콩 영화는 전세계에서 인기를 누렸고 지금도 당시 유명했던 배우들과 감독은 아시아와 할리우드에서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홍콩이 아시아 영화의 중심지로 인식하지 않는다. 홍콩의 영화계가 산업화를 이루어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도 이야기 하지 않는다. 콘텐츠와 아티스트를 영화산업으로 시스템화시키지 못한 까닭이다.
런던 올림픽 개ㆍ폐막식을 화려하게 장식한 폴 메카트니, 존 레논이 속했던 비틀즈, 퀸 등 수많은 영국 레전드 뮤지션들이 활동한 무대는 영국보다 음악 산업화가 이루어진 미국이었다. 한류 역시 마찬가지다. 아티스트와 콘텐츠의 인기에만 기대서는 그 다음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한류가 한 풀 꺽였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한류 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음악 산업의 ‘글로벌 산업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 동안 우리는 한국음악을 수출하고 한국 아티스트를 해외에 진출하는데 그 의미와 목적이 있었다면 이제는 해외 현지 시장의 정확한 분석을 바탕으로 맞춤형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의 제작시스템과 자본 등을 통해 콘텐츠의 현지화와 현지 콘텐츠의 권리 확보라는 진화된 사업 모델 개발에 더 주력해야 할 때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CJ E&M 음악사업부문의 경우 미국, 중국, 태국 등 해외 현지 가수들에 대한 공동제작과 해외 현지 파트너들과의 합작 법인 설립을 통해 한 단계 진화된 형태의 한류 확산과 지속화를 시도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일본의 경우, 현지 굴지의 레코드사인 빅터 엔터테인먼트와 합작 법인인 씨제이 빅터( CJ Victor)를 설립해 국내 아티스트들을 일본에 진출시키고 일본 아티스트들까지 육성하고 있다. 또한 이들의 사업 권리를 우리가 확보하고 있기때문에 일본 내 360도 비즈니스가 가능하다. 유통을 직접 하기 때문에 우리의 의도와 방향대로 비즈니스를 진행할 수 있다. 이는 국내 아티스트들이 일본에 진출시 모든 권리를 일본 회사에 넘기고 로열티를 받았던 기존의 비즈니스와는 다른 형태다. 아티스트의 단순 해외 진출보다 한 단계 발전한 ‘글로벌 산업화’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인 것이다. 단지 진출했다는 데 의미를 둘 게 아니라 지속가능한 틀을 만드는게 중요하다.
‘글로벌 산업화’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투자도 따라야 한다. 그럴 때 ‘문화강국 대한민국’을 만들수 있다고 믿는다. 다행인 것은 한류의 주역들이 현재의 성공에 안주하기보다 더 큰 성공을 위해 더욱 분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머지 않은 미래에 한국의 음악이 전세계를 호령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