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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비밀의 정원
지금 서점가에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책이 있다. 8월에 나온 이 책은 추석이 지난 9월 중순부터 입소문이 나기 시작해 파죽지세로 밀고 올라오며 베스트셀러 2위에 안착했다. 피케티열풍도 노벨상 효과도 뛰어넘는 인기다. 바로 ‘비밀의 정원’이다. 제목만으로는 드라마소설 같기도 하고, 한 때 베스트셀러였던 ’타샤의 정원‘을 떠올리게 하는 이 책은 다름 아닌 색칠놀이 책이다. 그것도 유아용이 아니라 어른들이 대상이다. 이 책이 불황에 무려 5만권 넘게 팔렸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인 조해너 배스포드의 아기자기하고 정교한 꽃, 나무, 나비 등으로 가득한 그림을 보면 머릿속이 금세 환한 꽃밭이 된다. 책 구매 층을 보면 85% 이상이 여성에 집중돼 있는데 놀랍게도 40대 여성 비중이 14%나 된다. 출판계에선 매우 이례적이다. 40대 남자의 비중도 4%나 된다. 모르긴 몰라도 아내를 위한 선물로 구매한 게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여성들은 왜 뜬금없이 색칠놀이에 빠진 걸까. 그림 한 장 완성하는데 며칠씩 걸리는데도 밤 새며 손을 놓지 못한다. 이는 뜨개질 효과와 비슷해 보인다. 잡념을 없애주는 집중을 통한 감정의 이완과 스트레스 해소, 손놀림의 맛과 성취감, 눈을 즐겁게 해주는 화려한 미적 요소들이 있기때문이다. 특히 어린 시절 감수성을 일깨워주는 색연필은 아날로그의 맛을 상기시킨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기기와는 다른 아늑함과 아련함에 끌리는 것이다. 사실 이 색칠하기는 혼자 하는 것보다 어울려 하는 맛이 또 별미다. 내가 좋아하는 색에 따라 비밀의 정원은 다르게 완성되니 비교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실제로 SNS상에선 완성한 그림을 올려 공유하는 게 유행이다. 전 세계적으로 컬러링 북이 대세라고 한다. 디지털 피로감이 크다는 얘기겠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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