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CT) 올림픽’으로 불리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全權)회의가 20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회식을 갖고 3주간의 일정에 돌입했다. 이번 회의에는 장차관을 포함해 170여개국에서 3000여명의 대표단이 참석했고 부대행사인 ‘월드 IT쇼 2014’ 등에 글로벌 기업들도 대거 초청됐다. 기니 등 서아프리카 에볼라 발병 3개국의 참가 의사 철회로 2차 감염 걱정을 던 것도 다행스런 일이다.

아시아에서 ITU 회의가 개최되는 것은 1994년 일본에 이어 두 번째다. 일본에서 열린 회의가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ICT가 막 성장기에 진입한 시기에 열렸다면 부산 회의는 지난 20여 년간의 비약적인 ICT 기술 발전을 토대로 다양한 글로벌 현안에 대한 정책 방향을 논의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보다 출발에선 뒤졌지만, 단 기간에 ICT 강국으로 부상한 한국의 글로벌 리더 역량을 보여주는 최적의 기회이기도 하다.

부산 회의의 주요 의제는 빅근혜 대통령이 개회식 기념연설에서 강조한 국제사회의 정보통신 격차 해소를 비롯해 인터넷 공공정책, 사이버 보안 등이다. 한편으로 ITU 사무총장을 포함한 고위직과 이사국 선출도 주요 현안이다. 특히 ICT 국제 표준을 결정하는 요직인 표준화 총국장에는 우리 후보도 출마했다. 5G(5세대 이동통신), 사물인터넷(IoT) 등의 미래 ICT 표준 마련을 앞둔 시기인 만큼 한국이 표준화총국장직을 얻는다면 큰 수확이다.

5G는 LTE 보다 인터넷 연결속도가 수십~수백배 빨라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활용되는 초(超)연결 디지털 혁명을 선도할 차세대 기술이다. 또 전 세계의 센서로 세상 만물을 연결하는 사물인터넷은 창조적 융합경제를 꽃피울 총아로 주목받고 있다. 과거 10년이 인터넷으로 10억명 인류를 연결한 시대였다면 미래 10년은 500억개 사물을 연결하는 시대라는 전망이 그래서 나온다.

이번 회의에서 우리나라는 ‘ICT융합’과 ‘사물인터넷 촉진’을 핵심의제로 제안했다. 박근혜정부의 모토인 IT융합을 통한 창조경제, 국내 이동통신 선두업체인 SK텔레콤의 글로벌 동력인 ‘ICT 노믹스’, 지금 보다 10배 빠른 기가인터넷 서비스를 월드IT쇼에서 선보이며 사물인터넷 기선 제압에 나선 KT 등 우리의 신성장엔진을 감안하면 옳은 방향이다. 부산 ITU 전권회의가 5G, 사물인터넷 등 우리의 차세대 ICT 기술력과 국제표준화 주도권을 확보하는 발판이 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