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돈 전 육군 1군 사령관(대장) 파문이 확산일로다. 신 전 사령관은 대통령 해외 순방 기간중 관할 구역을 무단 이탈해 ‘음주 추태’를 벌였다는 의혹에 휩싸여 지난 9월 전역했다. 그러나 ‘추태’는 알려진 것과 달리 과장되고 부풀려졌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그렇다면 최전방 지휘 책임을 맡고 있는 4성 장군을 최소한의 진상 규명 절차도 없이 한 자락 의혹과 소문만으로 옷을 벗도록 했다는 것이다. 일개 병사가 군기를 위반해도 정확한 조사 과정을 거쳐 그에 맞는 조치를 하는 게 상식 아닌가. 전후 사정도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최전방 사령관이 잘려 나가는 황당한 현실이 더 없이 참담하다.
신 전 사령관 파문은 지난 6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전투복 차림의 장군이 술에 만취해 추태를 벌였다는 신고가 접수되면서 불거졌다. 당시 신 전 사령관은 전투화는 벗겨지고 복장은 엉망인 채 헌병이 업고 다닐 정도로 취해 있었다고 했다. 게다가 경호병들이 일반인 화장실 출입을 봉쇄했고, 그 바람에 민간인과 군인이 몸싸움을 벌였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실제 이런 정도로 군기가 빠진 형편 없는 장군이라면 전역이 아니라 더한 조치를 내려도 할 말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은 전혀 달랐다. 술을 마신 것은 맞지만 보행에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었고, 민간인과의 마찰도 없었고 복장도 단정했다. 관할 구역 이탈 여부도 사전에 보고해 상부 승인을 받은 사안이라 문제될 것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파문 직후 국방부 장관의 내부 경고 정도로 사태가 일단락 됐던 것이다. 그런 선에서 끝날 해프닝이 맞다.
그런데 정작 심각한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일부 언론과 야당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자 국방부는 부랴부랴 청와대에 보고를 했고, 전후 사정을 잘 모르는 대통령의 질책 한마디에 ‘자진 전역’ 형식을 빌려 옷을 벗긴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신 전 사령관이 전역한 후에야 국방부가 뒷북 조사에 나섰고, 추태는 없었다는 결과가 나왔는데도 이를 쉬쉬하고 있었던 것이다. 청와대 눈치를 보느라 4성 장군의 명예는 뒷 전에 내팽개친 셈이다.
군인의 존재 이유는 명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국방부는 4성 장군이 억울하게 군문을 나섰는데도 제대로 해명도 하지 않고 있다. 가뜩이나 실추된 군의 명예와 사기를 위해서라도 군 당국이 사건 경위를 정확히 밝히고 잘못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지금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할 군인은 없다. 그렇다면 정말 큰일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