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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백해무익한 조기 大權놀음, 당장 접어야
반기문 유엔사무총이 5일(한국시각) “최근 정치 참여를 시사하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남은 임기동안 소임에 충실할 것”이라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아울러 여론조사를 포함한 국내 정치 관련 보도를 자제해 달라는 요청도 했다. 여야 정치권이 자신을 차기 대선후보로 거론하는 행태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은 것이다.

반 총장을 둘러싼 때 이른 대권 게임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우선 반 총장만 해도 그렇다. 그는 지금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정도다. 이슬람국가(IS) 테러 위협에 에볼라 사태 등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국제 사회 문제 해결에 혼신의 힘을 쏟아야 할 상황이다. 그런 반 총장을 본인의 의지와 아무 관계없이 국내 정치판에 끌어들이는 것은 유엔 사무총장직 수행에 방해만 될 뿐이다. 더욱이 유엔 사무총장 자리를 대통령 출마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으로 비쳐지면 국제사회에서의 반 총장 입지는 되레 어려워질 수 있다. 반 총장측이 서둘러 성명을 낸 것도 이런 우려 때문이다.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이 아직 임기의 반환점도 돌지 않은 상황에서 차기 대권 논란이 불거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논란에 불이 붙는 순간 잔여 임기에 상관없이 현 정부의 정책 추진력은 급속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당장 우리의 안팎 사정이 어떤지 돌아보라. 엔화 약세와 달러 강세 사이에 끼여 경제는 활로를 찾지 못하고, 남북관계는 꽁꽁얼어 붙어있다. 세월호 참사의 충격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국가적 과제가 산더미같은데 한가하게 대권 놀음에 빠져 대통령의 힘을 뺄 때가 아니다.

정치권이 신망있는 새 인물 영입에 공을 들이고, 차기 정권 향방에 관심을 표명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다 때가 있는 것이다. 지금 정치권이 해야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 첩첩한 민생현안에 고조되는 사회 갈등 등이 산적한 마당에 3년도 더 남은 대선전 군불을 때는 것은 정치적 도의에 합당하지 않다.

여야를 막론하고 자신의 책무는 내 팽개치고 차기 정권에서 살아 남을 궁리만 하는 정치인과 정치세력은 반드시 역풍을 맞게 마련이다. 정치판에서 대중의 인기는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거품이요 모래성같은 존재다. 그런 사례를 우리는 매 정권마다 수도 없이 보아왔다. 눈앞의 지지율만 믿고 때 이른 대권 게임의 주도권을 쥐려 든다면 준엄한 국민적 심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정치권은 실리도 명분도 없는 조기 대권놀음을 당장 중단하고 민생 현안에 전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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