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실무능력 중시를 골자로 하는 새로운 신입사원 채용제도를 발표했다. 개편 안에는 시대적 요구에 발맞춰 발전적 변화를 꾀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우선 눈에 띄는 게 열린 채용의 상징이었던 SSAT(삼성직무적성검사) 응시 방식을 바꾼 것이다. 1995년 삼성이 학연ㆍ 지연을 배제하기 위해 도입한 SSAT는 최소 요건만 충족하면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가 부여되므로 지원문턱을 낮추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개방성에 따른 사회ㆍ경제적 부담도 컸다. 해마다 20만명의 응시자가 몰리며 과열을 빚은 데다, ‘삼성고시’ 를 겨냥한 사설학원의 고액강좌가 생겨나고, 대학에서는 ‘족집게’ SSAT 특강이나 모의시험이 등장하기도 했다. 삼성은 삼성대로 SSAT 경비로 수백억 원의 비용을 떠안아야 했다. 이같은 부작용을 개선하고자 올해 초 대학총장 추천제를 마련했지만 대학을 서열화한다는 비판에 밀려 백지화되는 진통을 겪었다.
이번 개편안에서 사전에 직무적성검사를 통과한 지원자에게만 SSAT를 볼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기로 한 것은 SSAT의 개방성이 갖는 부작용에 대한 해법이면서 동시에 ICT(정보통신기술)가 주도하는 미래 산업사회에 필요한 맞춤형 인재를 선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영업ㆍ경영지원 직군은 직무에세이를 통해 리더십과 팀워크, 사교성을 들여다보고 연구개발ㆍ기술과 소프트웨어 직군은 전공 이수비율, 심화과목 이수 여부 등을 평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는 대학교육의 정상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1박2일 또는 종일면접, 면접관과 토론하는 창의성 토론 등도 콘텐츠가 있는 준비된 인재를 가려내는 데 유용할 것이다. 직무적합성 도입에 대해 사실상 서류전형의 부활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출신 대학이나 어학연수 경험, 자격증 등 스펙을 배제하고 직무역량이 뛰어난 인재를 뽑겠다는 것이니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
이 보다 삼성이 신경써야 할 것은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공정한 평가를 실행하는 것이다. 평가의 객관적 잣대가 확립되지 않으면 제도 개선은 의미가 없다. 이 부분에 대한 후속 보완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삼성의 신채용제도에 담긴 메시지는 스펙 보다는 실무능력, ICT와 소프트웨어 등 이공계 인재 우대, 창의성 중시로 요약된다. 대학들도 이러한 기업현장의 요구에 맞춘 인재 양성에 나서야 할 것이다. 산ㆍ학의 상생 협력이 글로벌 시대 미래 산업사회를 주도할 수 있는 원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