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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건보료 체계 실감나게 비판한 현직 건보 이사장
김종대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현행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달 중순 퇴임하는 김 이사장은 실제 자신의 소득과 재산을 토대로 퇴직 후 낼 건보료를 산정해 보고 그 결과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건보료 부과 시스템의 불합리성을 조목조목 따진 것이다. 같은 보험집단에서는 모든 가입자가 소득중심의 동일한 체계로 보험료를 내야 한다는 게 그 요지다. 건보 최고 책임자가 자신의 경우를 비댄 것이라 더 가슴에 와 닿는다.

결론적으로 그는 퇴직한 뒤 자신이 낼 건보료는 지금의 체계로는 ‘0원’이라고 고백했다. 김 이사장은 수천만원의 연금 소득과 6억원에 가까운 재산을 가진 ‘살만한’ 은퇴자다. 하지만 직장 가입자인 아내의 피부양자 자격을 얻어 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욱이 그는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국민건강보험법 상의 요건을 모두 충족시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생활고를 비관하며 세상을 등진 ‘송파 세모녀’는 매달 5만원 이상의 보험료를 꼬박꼬박 내야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건보료 부과 체계가 한마디로 모순 투성이라는 것이다.

건보료 부과에 문제 많다는 것은 어제 오늘 나온 얘기는 아니다. 김 이사장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불합리한 점은 일일이 열거가 어려울 정도다. 그 대표적인 게 직장과 지역가입자의 차별이다. 직장가입자는 소득에, 소득이 파악이 어려운 지역가입자는 재산에 보험료를 부과한다. 똑 같은 소득과 재산을 가졌지만 보험 집단이 다르다는 이유로 지역 가입자는 직장가입자보다 몇 배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 그 바람에 집 한 칸만 가졌지 소득이 거의 없는 노인이나 일용직 근로자, 영세 자영업자 등은 ‘건보료 폭탄’을 맞고 있다. 이런 불합리를 바로 잡는 방법은 김 이사장의 지적처럼 소득 중심으로 부과체계를 바꾸는 것이다.

정부 당국도 이런 내용을 충분히 알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별도 기획단을 구성해 지난 9월 소득중심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기본 방향의 윤곽도 잡았다. 그러나 이후 진행 과정에 대해선 현재까지 별다른 언급이 없다. 문제점과 개선 방향이 나왔다면 지지부진 시간만 끌 게 아니라 속도감 있게 마무리해야 한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듯, 소득이 있으면 누구나 건보료를 내는 게 상식 아닌가. 다만 60% 남짓에 불과한 자영업자 소득 파악률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득중심으로 건보료 체계를 바꿔도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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