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의 소비심리가 세계 60개국 중 최하위권이라는 글로벌 여론 조사업체 닐슨의 결과는 마지막 불씨마저 사그러드는 우리 경제의 단면을 그대로 내보인 것이다. 세계 소비자 신뢰지수는 꾸준히 오르는데 우리만 되레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실망스럽다. 특히 1년안에 불황을 벗어날수 있을 것이냐는 물음에 59%가 ‘그렇치 않다’고 응답해 수렁에서 빠져나올 자신감마저 잃은 모습이다.
실제 한국은행이 내놓은 10월 중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세월호 참사의 영향으로 얼어붙었던 5월 수준(105)으로 뒷걸음질했다.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8월과 9월 107까지 회복됐던 것이 고스란히 물거품이 돼버린 셈이다. 소비자 심리는 곧바로 실물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더욱 암울하다.
더구나 물가가 24개월째 1%대에 머무른 채 투자 위축과 함께 경기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디플레이션 조짐까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미 일본식 장기복합불황에 진입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올 정도다. 최경환 경제팀이 최노믹스를 가동한지 4개월을 지나고 있다. 벌써 무슨 성과냐고 할지 모르나 급히 돌아가는 지구촌 경제와 더딘 우리 경제의 회생을 감안하면 하루도 길다. 물론 일본의 엔저 공세와 미국 달러화의 강세, 중국 경제 침체 등 대외적으로 강한 역풍을 맞은 탓도 크다. 내부적으로도 후속 입법 불발 등 어려움이 없지 않다. 외환 방어, 이에 따른 국내기업 수출 경쟁력 약화 등 구조적 난제까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하지만 돈을 풀고 금리를 내리는 고전적 대응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내부 동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한계부터 짚어야 한다. 삼성 SDS공모주 청약에 15조원이 훨씬 넘게 몰리는 등 돈이 밖으로 돌면서 부동화되는 이유를 따져야 한다.
아직 마중물이 남아있다. 지금부터라도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고착화된 저물가가 저성장의 늪으로 이어지지않게 내수 경기를 활성화하는 게 급선무다. 과감한 투자 및 소비심리 진작책이 나와야 한다. 수렁에서 빠져나온 국가에서 우선적으로 활용했던 서비스업과 부동산시장 회복도 절대 간과해선 안된다. 여기에 국회와 정치권도 함께 나서야 한다. 민간심리는 정부와 정치권의 한목소리를 낼 때만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