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기자가 사는 서울 동작구 아파트 단지에서 한 가족이 서초구로 이사를 갔다. 이 집은 중학생 자녀를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 보내고 싶어했다. 그런데 최근 자사고 지정 취소로 원하는 학교에 갈 기회가 사라지자 비싼 전세를 감수하면서 둥지를 옮긴 것이다. 자사고 폐지 논리의 하나가 높은 교육비 부담이지만 자사고 폐지는 서울 강남 8학군의 집값을 들썩이게 만들고 있다.
지난 10월부터 이동통신사가 휴대전화 단말기를 판매할때 지원하는 보조금을 제한하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됐다. 보조금 상한선을 정하고 이를 공시토록 해 소비자들이 이통 대리점 어디에서나 거의 동일한 가격에 단말기를 살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정확히 한달만인 이달 1일 일부 대리점에서 80만원짜리 아이폰6를 10만~20만원대에 판매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공시된 보조금 상한선은 30만원정도였는데 60만~70만원을 얹었다. 소비자의 차별을 막겠다는 단통법 취지는 순식간에 무너졌다. 사실 단통법은 시행 직후부터 휴대전화 가격 인상 효과를 가져와 뭇매를 맞는 중이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바라보는 요즘 정책의 큰 줄기는 불균형 해소다. 부의 불균형 뿐 아니라 교육, 정보 등 다양한 분야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극복해야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방향은 맞다. 성장 시대의 과실에서 소외된 사회적 약자의 복지를 강화되는 것도 시대의 흐름이다. 자사고를 축소하려는 시도에는 부의 편중이 교육의 불평등까지 초래케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단통법도 단말기를 헐 값에 파는 대리점 정보를 가진 일부 소비자들만 혜택을 보는 것을 막아 상대적 박탈감을 갖는 소비자들이 없도록 하겠다는게 입법 배경이다.
그런데 앞다퉈 나오는 불균형 정책을 보면서 답답한 것은 하향 평준화로 간다는 점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좀 더 나은 환경을 누리고 싶어하는 이기적 존재이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경쟁이 자본주의의 시장 논리이다. 약자를 선별 지원하기보다 가진 사람이 쓰는 것까지 규제하니,부자는 틈새를 찾아 헤매고 그 와중에 부익부 빈익빈은 더 심화된다. 공교육을 제대로 정상화하지 않으면서 수월성 교육을 막자 재력이 되는 사람은 자녀를 해외로 유학보내고, 비싼 집값을 지불하더라도 좋은 학교가 있는 동네를 찾아간다.
50만~60만원의 보조금 혜택을 받던 소비자들은 30만원만 줄테니 참으라고 하자 아우성을 쳤다. 이를 틈타 일부 이통사가 과징금을 맞더라도 가입자를 늘리겠다고 나섰고, 경쟁 이통사들은 좌시할 수 없다며 같이 돈을 풀어 맞불을 놨다. 억제된 시장논리의 표출이 ‘아이폰 대란’의 실체다.
정부가 보조금 상한선을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을 수준으로 높였다면 그 안에서 경쟁이 벌어져 단통법의 또 다른 목적인 통신비 인하 효과도 거뒀을 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가격인하 효과는 별로 없으면서 국내 제조업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보조금 분리공시제를 만지작거릴게 아니라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보조금 상한선 확대가 보완책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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