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과 보육을 놓고 청와대와 여ㆍ야간 책임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네 탓, 내 탓을 넘어 급기야 증세(增稅) 논란으로 비화되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앞 뒤 재정 사정은 고려하지 않은 채 당장의 선거전 승리를 위해 선심성 공약을 마구 해 놓고 결국 국민에게 그 덤터기를 씌우는 건 옳지 않다. 그야말로 정치권 무능과 무책임의 극치다.
증세는 새정치민주연합이 먼저 들고 나왔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문제는 복지 과잉이 아니라 복지 부족”이라며 “무상보육과 무상급식 둘 다 포기하지 않으려면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공개 표명했다. 새누리당은 일단 부정적 반응이다. 하지만 내심 증세에 동조하는 분위기 일각에선 일고 있다. 대통령 공약 실현은 물론 정권을 유지하는 데 선심성 공약의 단맛을 이미 본 터다.
물론 세금을 더 거둬 무상 복지를 확대하고 완벽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은 방향이 좋다. 그러나 지금처럼 이념과 정치 공방으로 일관한다면 여야간 합리적대안 도출은 어렵다. 무상 복지 전반에 대한 깊은 반성을 토대로 구조조정방안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다.
전국 곳곳에서 비명이 일고 있는 복지 디폴트(채무 불이행) 선언 사태는 지난 4년의 선거 과정에서 여야가 표를 겨냥해 과잉 복지 공약을 내걸어 누적된 문제다. 지난 2010년 경기 교육감 후보가 초ㆍ증ㆍ고 전면 무상급식을 내세워 당선되자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범야권 후보가 무상급식을 공약해서 이겼다. 이어 2012년 총선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국공립 보육시설까지 확대해 0~5세 교육비 지원에 들어갔고 2012년 대선에서는 여야가 공히 무상보육, 노인 기초 연금 등 복지정책을 내 건 결과들이다.
이런 의미에서 청와대 안종범 경제수석의 무상보육추진만이 합법이라는 이분법적 접근방법은 옳지 않다. 여야 정치권 모두의 책임이다. 무상 급식과 교육 가운데 어느 것이 우선돼야 하느냐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논쟁을 접고 문제의 본질과 실현가능성의 한계 등을 이성적 안목으로 짚어 봐야 한다. 먼저 복지제도 전반의 합리적 재조정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이에 걸맞는 재정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순서다. 착시적 태평성대는 사상 누각이자 허상에 불과할 뿐이다. 세입과 세출의 합리화를 통한 복지재정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 그래도 모자라면 봉인된 상자를 열어 합리적으로 증세를 단행해야 국민들도 납득할 수 있다. 복지국가는 우리 사회가 가야할 길임을 부정할 자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