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시 역사는 곡절의 점철이다. 지금의 수능은 1993년(94학년도)에 시작됐다. 그 전신은 예비고사, 학력고사였다. 예비고사는 1974학년도부터 본고사와 병행하더니 나중에 아예 본고사를 밀어냈다. 이어 1982학년도부터 학력고사로 바뀌어 1993학년도까지 시행된 뒤 이듬해부터 현행 수능으로 고착됐다.
입시유행어는 시니컬하다. 물수능, 불수능, 불쑈, 개나 소나 300점, 수(학)포자, 물(리)포자, 저주받은 00년생, 죽음의 트라이앵글 등등. 대표적인 실패작은 2001ㆍ2002학년도 수능이다. 완전 물수능으로 만점자가 서울대 법대에 떨어지고, 제2 외국어 중국어는 기초 한자만 알아도 40점 만점에 30점을 넘었다. 더 큰 문제는 이듬해 벌어졌다. 물수능을 의식해 최악이자 최강 수능이 현실화 한 것. 당일 언어시험이 끝나고 도중 극단적인 선택을 한 학생이 두 자릿수를 넘더니 그해 성적 비관으로 세상과 이별한 경우가 수십명이나 됐다. 역대 최악이다. 당시 교육부장관은 새정치민주연합 이해찬 의원이다.
지금도 채택과 폐지는 접었다 폈다 식으로 반복이다. 올해는 영어 수준별 평가가 폐지됐다. 앞으로 한국사 필수, 영어 절대평가, 문·이과 통합 등 초대형 과제가 즐비하다. 교육당국은 늘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부담을 덜기 위함이라지만 반응은 싸늘하다. 난이도는 정권의 색깔에 좌우됐고, 성적표가 뒤바뀌거나 복수정답 논란은 다반사였다. 지난해 치른 수능 세계지리 8번문항의 복수정답 늑장 인정을 둘러싼 파문과 후유증은 시작에 불과하다.
13일은 2015학년도 수능일이다. 16년 만에 전국적으로 ‘수능한파’가 예고돼 있다. 각별하고도 섬세한 준비가 요구된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수험생 모두 무탈하게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기 바란다.
황해창 선임기자/hchw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