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 줄줄 새는 정부 기금,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정부 기금이 사실상 방치되거나 제멋대로 쓰인다는 지적이 높다. 정부 기금은 모두 64개로 올해 운용규모가 515조원에 이르나 관리 감독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다. 무모한 투자로 수백억원을 날리고, 증권사에 위탁된 기금의 수익금이 다른 데로 빠져나가도 까맣게 모르고 있다. 게다가 정부 기금을 눈먼 돈으로 여기고 교묘하게 빼 먹는 일도 여전히 기승이다. 이처럼 기금이 줄줄 새고 있어도 제대로 챙기는 사람은 없다. 그 구멍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올해만 해도 정부자금 115조원이 기금에 투입됐다. 조금만 주인의식을 가지면 얼마든지 아낄 수 있는 돈이다.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이 2008~2013년 5년간 정부기금을 위탁받은 한 증권사의 운용 내역을 분석한 결과는 기금 관리가 얼마나 허술한지 잘 보여준다. 증권사는 이 기간동안 정부 부처 4곳 산하 기금에서 30조원을 위탁 받아 14조원을 랩어카운트 형태로 운용했다. 그러나 증권사는 랩 어카운트에서 발생한 수익 가운데 최소 약정 이자만 기금에 채워주고 나머지 수익은 다른 고객 계좌로 빼 돌렸다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이렇게 빠져 나간 돈만 해도 1200억원이나 된다고 한다. 다른 증권도 비슷한 방식으로 기금을 운용했으니 총 이자 손실액은 수천억원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증권사가 고객에 대한 신의 성실의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증권사만 몰아붙일 일이 아니다. 도의적인 문제는 있지만 위법은 아니다. 그 큰 돈을 맡기고도 관리를 소홀히한 해당 기관의 책임이 더 크다는 것이다. 담당 공무원이 제 돈처럼 맡긴 돈의 거래 내역만 꼼꼼히 확인해도 얼마든지 알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기금이 새는 것은 이자 수익만이 아니다. 공무원연금기금은 인도네시아 발리개발사업에 참여했다가 150억원을 날렸고, 문화예술진흥기금은 뉴욕 맨해튼 아파트 임대사업을 하다 1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며칠전 경북에선 축사 공사금을 부풀려 FTA이행기금 6억원 가량을 착복하려던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기술보증기금 회수율을 30% 남짓에 불과하다. 정부 기금은 눈이 멀어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인 셈이다. 

기금 운용과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체 흐름을 관할하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노무현 정부 당시 기획예산처에 잠시 기금관리국을 둔 적이 있다. 이런 형태의 기구 부활을 적극 검토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기금 운용을 결국 정부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