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 함정’에 가려졌던 고용 상황의 민낯이 드러났다. 통계청이 처음 공개한 ‘고용보조지표’에 의한 실업률은 무려 10.1%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의 공식 실업률 3.2%와 무려 3배 차이다. 취업준비생이나 주부, 아르바이트 직원 등은 사실상 실업상태에 놓여있지만 그동안 실업자 통계에는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을 포함한 실질 실업률을 따져보니 수치가 수직 상승한 것이다. 실업자 수도 기존 셈법으로는 85만명이지만 실제로는 300만명에 육박했다. 정부 발표와 체감 실업률이 이렇게 다르니 고용 정책도 겉돌 수 밖에 없었다. 관련 정책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고용보조지표는 국제노동기구(ILO) 권고로 만들어졌다. 어느 나라 할 것없이 실업률 통계가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그래서 ILO가 ‘일을 하고 싶어 고용시장 진입을 희망하는 사람’을 별도로 분류하는 새 기준을 만들었고, 우리가 처음으로 지표화 한 것이다. 하긴 우리 실업 통계부터 도무지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 취직을 못해 ‘노는 사람’이 주변에 차고 넘치는 데 실업률은 완전 고용에 가까운 3%대라니 믿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새 기준에 따른 실업률 지표가 만들어진 것은 다행한 일이다.
문제는 새 지표도 고용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업 수준만 겨우 면했다 뿐이지 근무여건이나 고용안정성, 소득 수준 등이 형편없는 일자리가 너무 많다. 비정규직이나 파견 근로자 등이 그런 경우다. 박근혜 정부들어 고용률 70%를 달성하겠다며 시간제 일자리 등을 늘린다고 하지만 이 역시 고용의 질은 낮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고용보조지표 상의 사실상 실업률은 더 상승하게 된다. 그렇다고 앞으로 나아질 것 같지도 않다. 국내외 경기는 여전히 움츠러든 상태고, 제조업은 대부분 해외로 빠져냐가 일자리는 거꾸로 줄어들고 있다.
새 고용지표는 일자리 정책을 원점에서 다시 짜는 계기가 돼야 한다. 눈 앞의 고용률 높이기에 연연할 게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 규제를 획기적으로 완화해 해외로 나간 우리 공장을 다시 불러들이고, 서비스 산업을 활성화하는 방안 등에 대해 긴 안목에서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관련 법안 신속 처리 등 정치권의 적극 협력해야 한다. 무상 복지를 둘러싼 여야간 공방이 연일 치열하지만 따지고 보면 최고의 복지는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