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경제 불황과 함께 베이비 부머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노후 거주지를 고민하는 계층이 날로 늘고 있다. 자녀들을 키우며 왕성하게 활동을 하던 40~50대는 학군과 교통이 주거지 선택의 최우선 조건이다. 하지만 중년 이후 실버계층은 학군보다 건강, 자산증식보다는 편익을 중시하기 마련이다. 때문에 무조건 전원으로 향하는 것은 옳지 않다. 노후 라이프 사이클 특성을 감안, 적지를 선택하는 게 절대 필요하다. 특히 부동산 자산효과가 점차 감소하는 추세여서 지역의 안정성과 발전 잠재력까지 감안해야 실패 확률이 낮다.
실버세대의 생리적 특성과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노후 주택유망지 선택 기준은 대략 3가지 정도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최우선 기준은 도심권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흔히 노후 건강 등을 감안, 전원을 택하기 쉬우나 생활 패턴을 감안, 되레 도심권에 위치하는게 일반적 추세다. 세계적으로도 도심권 주거지 리셋(reset)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인구 감소와 안정적인 경제기반, 일자리 등이 크게 작용하는 탓이다. 더구나 우리처럼 도시화와 교외화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 들고 재도시화(Reurbanization)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도심 선호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전원형 실버보다 도심 실버단지의 선호도가 높은게 이를 잘 입증해 준다.
두번째로는 노후 생태특성에 걸맞는 문화의 편익성이 높은 지역을 골라야 한다. 외식문화의 확산과 탈(脫)자가용 문화, 의료의 중요성, 다양한 체험 등이 대표적 사례다. 예컨대 집보다 밖에서 식사하는 외식문화가 갈수록 확산되면서 부엌의 기능이 축소되고 있다. 더구나 실버세대는 귀차니즘으로 외식이 일반화되고 실제 비용면에서도 외식이 유리하다. 아내가 곰국을 끓이면 남편이 불안하다는 얘기는 실버 세태의 식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얘기다. 집밖 지척에 다양한 먹거리가 펼쳐지는 곳일수록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손수 운전 역시 마찬가지다. 나이가 들수록 손수 운전을 기피하고 대중교통이 우선이다. 손주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대중교통이 사통팔달로 연결된 곳에 주거지를 잡아야한다는 조언은 새겨 들을 만하다. 고혈압, 당뇨, 심장마비 등 응급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병원 주변도 관심권이다. 단조로운 등산과 멀리 나가야하는 레저, 여행보다 문밖에서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이 가능한 박물관, 전시장, 미술관, 테마거리 주변 지역일수록 좋다. 젊음이들과 함께 호흡 할 수 있다면 생태학적으로도 금상첨화이다.
마지막으로 노후 자산특성을 충분히 고려된 곳이어야 한다.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투자비젼을 가진 곳만이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노후 정착지는 본인 거주뿐만 아니라 상속·증여까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경제쇼크에도 큰 변화가 없고 장기적으로 재건축 등 투자 매력이 주어진 곳을 선택하는게 필요하다. 개발시대 권좌(?)를 40년 이상 누려온 서울 강남보다 강북의 북촌이 뜨고 가회동, 혜화동, 멀리 연희동까지 눈길이 가는 것은 바로 이같은 실버세대의 특성을 충족시켜줄 만한 곳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