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한 이후 벌인 사업 가운데 하나가 전국 순방이다. 자신의 영토를 둘러본다는 목적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전국에 도로망을 건설하려는 의도가 숨어있었다. 실제 시황제가 움직이는 길에는 폭이 50미터에 달하는 도로, 이른바 치도(馳道, 천자의 도로)가 수도였던 함양을 중심으로 전국 곳곳에 만들어졌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로마제국 역시 촘촘한 도로망으로 유명하다. 로마제국은 5만 마일의 포장 도로와 25만 마일의 비포장도로를 가졌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제국의 통치를 위해 만들어진 도로는 제국의 멸망에도 기여한다. 진시황의 치도는 각 지역 반란군이 신속히 수도로 몰려갈 수 있는 길이 됐다. 로마제국의 도로도 카르타고, 갈리아, 훈(hun), 게르만 등 이민족의 침투로 역할을 했다. 제국의 힘이 강할 때는 통치수단이지만, 제국의 힘이 약해지면 오히려 숨통을 위협하는 ‘양날의 칼’이 됐다.

중국에 이어 뉴질랜드와도 자유무역협정(FTA)가 체결됐다. 이로써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한 지역은 북미, 유럽, 아시아, 중남미에 이어 오세아니아 지역까지 거의 전세계를 아우르게 됐다. 일각에서는 이를 ‘경제영토 확장’이라 부르기도 한다.

수출이 주력인 나라에서 FTA는 진시황의 치도나 로마가도처럼 경제활동을 활발하게 할 도구가 될 수 있다. 단 수출 경쟁력이 높을 때이다. 수출제품의 경쟁력이 낮다면 오히려 수입제품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실제 농축수산업은 벌써부터 FTA의 피해업종으로 거론되고 있지 않은가.

2011년 한-EU(유럽연합) FTA 발효 이후 우리나라의 EU에 대한 무역수지는 2012년, 201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올들어서도 8월까지 적자 행진을 보이고 있다. 조선업 불황으로 수출 1위 품목이던 선박부문이 저조한 탓도 크지만 사치품과 고급차 등 수입이 급증한 영향도 크다.

중국과의 FTA도 중국산 중저가 제품의 한국시장 진출의 고속도로가 될 수도 있다. 특히 한국기업들은 물론이고 글로벌 주요국들은 모두 중국에 생산기지를 갖추고 있다. 이들 제품의 한국 행(行)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미 샤오미와 화웨이 등의 스마트폰이 한국의 중저가 시장을 노리고 있다.

FTA는 각종 제도의 글로벌 스탠다드 준수를 전제로 한다. 자국 산업을 보호ㆍ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 수단도 제한될 수 있다. 비교우위 산업이야 문제 없겠지만, 비교열위 산업에 대해서는 그만큼 지원 수단이 줄어든다는 뜻도 된다. 산업간 불균형이 더 심해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FTA를 ‘양날의 칼’로 볼 수 있는 눈도 화식(貨殖)의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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