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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광장-강우현> 공무원 살아있나?
열심히 일하는 공직자도 많은데
편견 갖고 일방적 매도해선 안돼
공무원은 미래·국리민복의 보루
멸사봉공 자세·국가관 투철해야



재미삼아 남을 깔보고 조롱하는 SNS 소통문화가 도를 넘었다. 만만한 대상이 정치인이나 공무원, 이른바 공직자다. 요즘은 연금개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공무원에 대한 비아냥이 특히 심하다. 공무원은 국가나 지자체의 사무를 계획하고 집행하는 사람이다. 누군가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고 했지만 중립을 잘 지킨다는 의미일 것이다. “공무원은 공무원(空無員)이다.”라는 자조적 해석도 있다. 빌 空자에 없을 無, 동그라미 圓을 써서 무엇이건 담을 수 있고 어디에 둬도 어울리는 텅 빈 그릇이란 뜻이다. 기대치는 적지만 국가운영에 꼭 필요한 존재다.

공무원 가운데는 부지런하고 열심히 일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국가관이 투철한 국민의 공복, 국가와 민족의 안녕과 장래를 우선시하는 멸사봉공의 화신들도 많다. 불철주야 애쓰는 공무원들에게 아낌없는 갈채를 보내면서도 연금개혁 반대에 똘똘 뭉치는 이기적인 모습이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

얼마 전, 창조상상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한 대학생에게 물었다. “학생은 장래 꿈이 뭔가요?” “네, 저는 공무원이 되고 싶습니다.” “왜요?” “편하고 안정된 직업이니까요.” 또 한 학생에게 물었다. “학생은요?” “네, 저는 공공기관 시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전공은 뭔가요?” “컴퓨터공학입니다.” 다른 학생은 인문계열이라 했다. 헉! 갑론을박 게걸음으로 성장시계가 멈춰버린 대한민국, 공직사회의 도전적 리더를 찾던 기대는 빗나갔다. 좋다. 어떤 직업을 택하건 자유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편하고 안정된 직장을 공직이라고 생각한다면, 오늘의 선배들이 뭘 보여주고 있는지 알 만하다.

세금을 쓰는 공공사업들은 모두 공무원의 몫이다. 국가의 어제 오늘을 견주어가며 균형 잡힌 미래틀을 짜고 국리민복에 희망깃발을 들어주는 보루다. ‘정치외교사회문화경제관광복지’를 하나의 단어로 뭉뚱그려 적금조차 들 수 없는 노장청년 토막 일자리까지 만들어주어야 하는 직업이다. 근데 젊은이들은 왜 아무 생각 없이 공무원이 되려고 할까? 책임을 다하지 않고도 살아남을 수 있거나, 일처리에 미숙해도 언젠가는 승진의 영광을 누릴 수 있다고 믿어서일까? 아니면 민간 기업처럼 치열하게 도전하지 않아도 도태되지 않고 정년보장에 연금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일까? 경제가 침체돼도 월급걱정 없고, 자존심을 감추고 처신만 잘하면 일을 안 하거나 못해도 신분이 보장되고, 건성으로 규정집만 살피고 있어도 대우받을 수 있다고 부추기는 선배가 있어서일까?

내세울 산업이 없으면서도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때문에 먹고사는 지자체들도 꽤 있다. 이런 도시일수록 공무원들은 밥값을 하느라 바쁘다. 세금 쓸 곳을 찾아 머리를 짜내야 한다. 귀가 얇은 단체장일수록 일거리를 많이 만든다. 용역을 위해 용역을 만들고 헛일인줄 모르는 사이 헛돈이 줄줄 샌다.

공무원을 지망하는 젊은이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영혼이 살아있는 창의적 자존심으로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잘 구분해 주길 기대한다. 민원을 접했을 때 안 되는 쪽 말고 ‘되는 쪽’을 먼저 검토하라,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을 것이다. 사업을 짤 때는 돈 씀씀이부터 배워라, 부모님 돈이라고 생각하면 불필요한 낭비를 없애는 아이디어가 나올 것이다. 굵직한 장기 사업구상은 민간에 맡겨라, 일 년짜리 보직기간에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자잘한 이벤트는 민간 전문가에게 맡겨라, 당신이 배워가며 헤매는 사이에 중소기업이 죽어간다. 공공예산이 민간예산보다 월등하게 많은데도 효과가 적은 이유를 찾아라, 책임을 지지 않고도 살아남기 위한 프로세스 때문일 것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절대로 회의에서 정하지 마라, 공동책임은 무책임이다. 정직하고 부지런하다면 감사를 두려워하지 마라, 일 잘한다고 감사에 걸리면 차라리 뛰쳐나와 창업전선에 나설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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