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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방화(放火)
방화는 심각한 범죄행위다. 불을 지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지 못하고 반복하면 범죄심리학으로 ‘병적방화’에 해당된다. 방화중독인데 더 큰 문제는 예측불가에 연쇄성까지 더해진다는 점이다. 방화광은 불꽃에 쾌감을 느낀다. 갈망과 흥분, 기쁨과 만족감에 더러는 성적쾌감까지 동반하기도 한다. TV로 불난리 뉴스를 보면 각성효과가 배가되고, 불 관련 영화나 음악에 탐닉하거나 불 꿈을 좋아하고 또 꾸길 원한다. 더 끔찍한 것은 방화광의 희망사항이 대개 소방업무 종사이고 실제로 소방관으로 일한 사례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방화로 인한 대형 참사로 멍들고 찢어졌던 우리 사회다.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와 2008년 숭례문 화재. 전자는 56세 정신지체 장애인이 사회 불만과 신병을 비관해 지른 불로 200여 명의 무고한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후자는 토지보상에 불만을 품은 70세 노인이 홧김에 계획적으로 불을 질러 국보1호가 소실됐고 국민적 자긍심에 큰 상처를 남겼다. 고의성 화재가 앗아간 귀중한 목숨과 자산이 어디 이뿐인가.




묻지마 방화든 홧김 방화든 근원은 유사하다고 한다. 사회와 가정에서 비롯된 극도의 불안심리, 그로 인한 증오심이 말 그대로 화근(火根)이라는 것이다. 서울 강남 대모산에 열흘 사이 여섯 차례에 걸쳐 30여 곳에 불을 지른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주부 정모(53) 씨의 사연이 놀랍다. 서울 명문 여대 출신에 부유하나 시댁과의 갈등과 불화로 조울증이 심각했던 모양이다. 습관적으로 배낭에 라이터와 휴지를 넣어 산을 찾아 불을 지른 정 씨, 남긴 흔적에 꼬리가 잡히고 말았다. 불을 보면 응어리가 풀리고 기분이 짜릿했다는 진술이 상황의 심각성을 더해 준다. 범행 주기가 빨라지고 피해 규모도 점점 커지던 중이었다는 발표에 소름이 돋는다.

황해창 선임기자/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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