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5%’
공무원들이 느끼는 삶의 질 만족도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기업 및 경제현안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에서 나타난 결과다. 대기업 근로자(62.1%)는 물론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69.1%)보다 훨씬 높다. 국민 전체 평균은 57%에 불과했다. 그러니 자신이나 2세의 희망직업을 묻는 질문에 ‘공무원’이라고 한 답이 1위(43%)를 차지한 것이다. ‘사’자 직업(23%)이 하나 부럽지 않다. 대한민국 최고 직업은 역시 공무원이라는 게 다시 입증된 셈이다.
‘0.79%’
지난달 서울을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에서 치른 지방직 7급 공무원 채용시험에서 합격할 확률이다. 205명을 뽑는데 2만6000명가량이 몰려 127 대 1의 결쟁률을 보였다. 공무원연금 개혁 논란이 한창 달아오를 때라 열기가 주춤하리란 전망도 있었지만 ‘희망사항’이었다. 100 대 1 남짓했던 지난해에 비해 훨씬 높았다. 서울 노량진 고시촌에는 공무원이 되려고 기를 쓰는 젊은이들이 여전히 차고 넘친다. 컵밥 한 그릇에 허기를 달래고, 고시원 쪽잠을 자면서도 수험서와 씨름하는 것은 그만큼 공무원이 매력적인 직업이기 때문이다.
‘98.7%’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공무원 자체 찬반투표의 반대 비율이다. 북한에서 주민 투표를 하면 참여율과 찬성률이 100%라는 소리는 들어 봤지만 국내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결과다. 하긴 밥그릇을 줄이겠다는 데 순순히 동의한다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뒤집어 말하면 공무원 집단의 ‘압도적 반대’는 전혀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투본)가 이 수치를 들먹이며 투쟁 동력으로 삼겠다는 건 그래서 난센스다.
‘ 64.5%’
중앙일보에서 실시한 공무원연금 개혁에 관한 여론조사 찬성 응답률이다. 국민 세 사람 가운데 두 사람 이상이 지지할 정도로 공무원연금 개혁이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의미다. 공투본이 눈 여겨 봐야 할 대목은 99%가 반대한다는 자체 조사 결과가 아니라 이러한 국민 여론이다.
왜들 공무원연금을 뜯어고치라고 성화일까. 정부가 메워줘야 할 적자규모가 감당이 안될 정도로 커지고 있기 때문일까. 물론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실제 그것만 해도 손을 봐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이젠 국민세금으로 공무원의 노후까지 챙겨줄 이유가 없다. 공무원연금을 개혁해야 하는 근본 이유는 여기에 있다.
공무원연금이 출범한 게 1960년이다. 당시 공무원은 그야말로 춥고 배고픈 직업의 상징이었다. 어떤 형태로든 추가적인 보상이 필요했다. 연금이 시작된 배경이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공무원 평균 임금(415만원)이 결코 적지 않다. 대기업보다 못하다지만 그렇게 비교할 일이 아니다. 공무원들은 정년까지 신분을 보장 받는 엄청난 특혜가 있다. 그래서 너도 나도 공무원이 못돼 안달하는 것이다.
사회 변화와 그 저변에 흐르는 국민 정서를 냉정히 읽어야 한다. 개정된 연금법을 적용해도 공무원이 일반근로자보다 평생 1억2000만원 이상 더 받는다고 한다. 그만하면 공직에 종사한 대접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