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식 건설부동산 개발사업은 국론 분열, 예산 낭비에 그치지 않고 온갖 비리를 낳는다. 새 정부가 들어선지 2년이 돼 가지만 전(前) 정부 때 일인 4대강 사업이 담합 비리 논란으로 여전히 시끄럽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명박 정부의 도심 부동산 개발사업 표상인 뉴타운 재개발 사업도 마찬가지다.
검찰이 20일 발표한 서울 가재울을 비롯해 왕십리, 거여, 북아현 등 대표적 뉴타운 재개발지구 4개 구역 재개발조합 수사로 그동안 소문으로만 무성하던 각종 비리 전모가 여실히 드러났다. 이날 구속된 조합 전ㆍ현직 임원과 시공사 관계자, 철거업체 임원 등 15명의 혐의 내용만 봐도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사업과정마다 이권을 둘러싸고 수십억원대의 리베이트를 주고 받은 건 기본이다. 아예 공사비를 부풀려 이익을 챙기는 대담한 수법까지 동원하기도 했다. 이 같은 비리는 사업추진 단계부터 실제 공사가 진행되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저질러졌다. 비리 복마전, 그 자체였다.
예컨대 추진위 구성단계에서 철거업체와 정비사업 관리업체가 개입, 조합장 등을 상대로 수십억원대의 뇌물을 뿌렸다. 또 철거업체는 유령 외부 용역업체를 만들어 놓고 조합원들로부터 시공사나 협력업체 선정 등을 위임받는 내용의 서면동의서를 받아 사업 전권을 휘둘러온 것으로 밝혀졌다. 배후에는 국내 굴지의 대형 건설사가 깊숙이 개입한 사실까지 드러났으니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뉴타운 재개발사업이 봇물처럼 추진되면서 추진위원회가 한 개 구역에 수십 개씩 난립하고 여기에 조직폭력배까지 개입하게 되는 뿌리 깊은 비리구조가 송두리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들을 믿고 사업을 추진한 조합원들은 물론 그들의 전방위 역할을 한 정책 당국자들이 한심할 뿐이다.
도시권의 낡은 주거환경 개선 및 기반시설 확충을 위한 도시정비사업의 지속 추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특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주택난과 도시경쟁력 확보를 감안하면 재개발, 재건축, 뉴타운으로 대표되는 도시정비사업은 여전히 당위성을 가진다. 하지만 이같 은 비리 속에 진행되는 정비사업은 일고의 여지가 없다.
비리 구조 전모가 밝혀진 만큼 사업 전반을 재검토, 비리와 부정부패 싹을 원초적으로 차단하는 게 시급하다. 공공관리제를 확대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추진위와 조합의 구성, 융자지원, 갈등조정, 시공사 및 정비업체,설계업체의 선정, 분담금 정보 제공까지 투명성과 신뢰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