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처럼 투명 디스플레이에서 터치 한번만으로 보고서를 보고 신문을 보는 것이 가능할까? 15년 전만 해도 터치스크린 휴대폰의 실현성을 의논했지만 지금은 누구나 쓰고 있는 것처럼, 앞에서 언급한 이페이퍼(e-paper)는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와 있는지도 모른다. 이를 더 이상 영화에서만이 아닌 현실에서 쓸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연필심의 주원료인 흑연으로부터 추출되는 물질인 그래핀(Graphene)이다.
그래핀은 육각형의 탄소화합물로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전자를 빨리 이동시키고 휘거나 비틀어도 부서지지 않는다. 응용기술만 개발되면 셀로판지처럼 얇은 두께의 컴퓨터 모니터, 지갑에 휴대할 수 있는 컴퓨터, 손목시계형 휴대폰 등을 만드는데 사용할 수 있는 ‘꿈의 신소재’로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전쟁보다 더 큰 전쟁은 ‘플렉서블(Flexible) 디스플레이 전쟁’이라고들 한다. 이 전쟁의 핵심은 원자 두께에 불과한 얇은 터치스크린을 만들어줄 그래핀 기술 확보 여부다. 이르면 내년에 그래핀 소재의 접히는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가 나올 것이라고 업계는 전망한다. 지난 10월 15일 포춘과 로이터는 “삼성, 애플, 구글같은 IT 거인들이 IT 산업계에 혁명을 가져올 그래핀 디스플레이 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러한 그래핀 연구에 대한 한국 기술자들의 실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실제로 그래핀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박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래핀 응용 연구는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헝가리는 지난 1989년 사회주의 체제를 탈피한 후 서유럽의 투자를 근간으로 빠른 공업화를 이뤘고 경제성장을 꾀했다. 특히 원천기술에 목마른 헝가리는 인적자원 투자에 힘써 그간 14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기초과학기술 강국이다. 비타민C의 발견과 현미경의 발명은 빼어난 헝가리 과학기술을 보여주는 사례이자 헝가리의 자랑거리다. 최근에는 외국의 연구ㆍ개발(R&D) 투자 유치에 힘쓰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한국ㆍ헝가리 정부 간 과학 및 기술협력협정 20주년을 맞이해 기초기술연구회와 헝가리과학원 간 연구협력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정부, 국회, 과학기술계가 뜻을 모아 나노과학(NT)분야에서 양국의 연구진이 공동연구를 추진해오고 있다. 그 결과 2014년 10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황찬영 박사는 세계 최초로 초미세 그래핀 나노리본을 제작하는데 성공했고, 연구 성과가 국제 학술지 네이쳐 및 해외 저널에 게재되는 등의 실적을 거뒀다.
현재 헝가리에는 현지의 우수한 과학인력이 투입돼 있는 ‘현대중공업 헝가리기술연구소’가 진출해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우리나라 유수 기업들의 R&D 투자가 이어져 헝가리의 우수한 원천기술과 우리나라의 응용기술이 만나 세계적 선도 기술을 창출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