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좋은 차별을 받고 있어요. 독일 사람들, 백인들 중에는 나쁜 사람도 많아요.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독일 사람이나 유럽인들이 정직하다고 생각하고 의심을 안 해요. 그러니까 한국 생활이 아주 행복합니다.” 작년 이맘 때 만났던 독일 출신의 한국학 대가인 베르너 사세 전 한양대 석좌교수가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오랫 동안 한국의 문화와 역사, 의식구조에 대해 연구하고 글을 써온 그가 한국인의 내면에 스며있는 인종이나 민족에 대한 편견을 에둘러 꼬집은 말이었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외국인들, 특히 미국인이나 유럽인을 만나면 심심치 않게 듣는다. 서울와인&스피리츠(Seoul Wines & Spirits)라는 회사를 차리고 프랑스 와인을 수입해 한국의 호텔과 기업에 판매하고 있는 프랑스 출신의 유네스 메자쉬 사장은 한국에서의 사업에 만족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똑 같은 이야기를 한국인 직원이 하면 잘 안 듣지만 제가 이야기를 하면 잘 믿어요. 제가 나서면 다 해결돼요.”
이런 한국인들의 차별적 성향에 대한 한 여행사의 최근 설문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세계 최대의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익스피디아가 한국의 2040 남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차별 유무를 조사한 결과 75.3%가 국적에 따른 차별이 존재한다고 답변했다. 차별 여부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이 52.2%였고, ‘매우 그렇다’는 응답은 23.1%였다. 외국인 관광객이 지난해 1200만명을 넘었고, 올해는 14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지만 이런 차별적인 인식은 성장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한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발전하려면 반드시 청산해야 할 의식이다.
이해준 선임기자/hj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