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가 광화문을 떠나면서 십수년간 이용해온 광화문 교보문고와도 멀어졌다. 점심 시간이나 퇴근길 지나다 들러 새로 나온 책들이 어떻게 독자들에게 다가가는지 살피기도 하고 참고삼아 필요한 책을 잠깐씩 서서 읽기도 하면서 그야말로 놀이터삼은 곳인데 거리가 멀어지니 발길이 닿지 않는다. 대신 취재 동선에서 새로운 책방 물색에 나서게 되면서 홍대 인근 서점 한 군데와 주말 쇼핑길에 들르게 된 불광동의 한 문고를 알게 된 건 작은 즐거움이다. 요즘은 동네서점이라도 구멍가게식은 드물다. 웬만한 규모와 아늑하고 쾌적한 공간을 갖추고 있는 곳이 많다. 동네서점은 시내 대형서점과 달리 동네의 특성을 살리는게 관건이다, 대학가에서 벗어난 동네서점이라면 학생들의 학습서를 얼마나 잘 갖추느냐가 성패의 중요한 요소다. 교과서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참고서도 종류가 셀 수 없이 많고 내용을 들춰 보지 않으면 교과과정과 맞지 않아 서점을 직접 찾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적절한 마케팅을 더하는게 포인트. 불광서점의 경우, 4만8000원어치 책을 샀더니 3000원과 2000원짜리 쿠폰을 제공했다. 책, 문구류를 살 때 현금으로 쓸 수 있다는 얘기다. 말하자면 10% 할인인 셈이다. 동네에서 소형서점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온라인 서점 등의 반값 할인 경쟁에 설 자리를 잃은 것이다. 여기엔 출판사들도 자유롭지 못하다. 차별적 공급가와 동네서점의 홀대 등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나마 중형급 동네서점들이 지역맞춤형을 모색하며 버텨내고 있다. 지난 21일부터 새로운 도서정가제가 전면시행됐다. 구간, 신간, 학습서, 소설 가리지 않고 모든 책을 15% 이내에서 할인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당초 10% 할인으로 묶으려던 걸 15%로 합의를 이룬 것만도 다행이다, 이제는 이를 얼마나 잘 지키느냐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