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당국이 또 고개를 숙였다. 올해는 ‘물 수능’ 논란에 2개 문항 출제 오류라는 수능 초유의 대형 사고를 저질렀다. 지난해 세계지리 후유증이 채 사그라들기지도 전에 2년 연속 출제 잘못이 드러나 수능을 총괄한 교육과정평가원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출제 오류로 복수정답이 인정된 것은 1994년도 수능이 시작된 이후 다섯 번째다. 인내할 선을 넘은 횟수다. 수험생과 학부모의 탄식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영어 25번 문항은 복수정답 인정에 따라 1% 정도가 정답자로 추가돼 큰 영향이 없지만 생명과학Ⅱ는 기존 정답자의 표준점수와 등급이 떨어지게 돼 분란의 소지가 크다. 수시모집에서 최저학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게 된 억울한 수험생들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후폭풍이 우려된다.
교육부와 교육과정평가원이 ‘뭇매 ’를 각오하고 조기에 과오를 인정한 것은 그나마 잘한 일이다. 지난해 세계지리 출제 오류를 인정하지 않고 1년간 끌다가 대혼란을 야기한 것을 반면교사로 삼은 셈이다. 평가원장이 자진 사태했고 교육부가 수능 출제 및 운영 체제 개선위원회를 구성해 문제점을 진단한 후 내년 3월까지 개선안을 내놓겠다고 한 것도 당연한 일이다.
사실 수능오류가 반복되는 원인은 교육 당국만 인정하지 않았을 뿐 모두가 아는 일이다. 출제위원 간 학맥ㆍ인맥이 엄격한 문제 검토를 가로막는 ‘수능 마피아’ 문제, 일선에 있는 교사 보다는 교수에 치중된 출제위원진 구성, 부실 출제의 원천인 단기 합숙시스템이 우선 지적될 수 있다. 여기에 ‘EBS 교재 70% 연계’라는 불문율이 합작하게 되면 출제 오류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이미 노출된 EBS 교재를 가지고 변별력을 만들어내려니 문제를 꼬고 또 꼴 수 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답이 여럿인 오류가 생겨나는 것이다.
출제 오류 사태가 2년 연속 발생한 것은 현행 수능 운영 방식에 심각한 허점이 있음을 방증한다. 차제에 변별력 강화와 공정성 및 객관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해방 이후 40여년간 18번의 개편을 거듭하며 어렵사리 도출해 20년간 운영한 제도를 출제 오류 하나 만으로 폐지 운운 하는 것은 또다시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수능이 수험생의 입시 부담을 덜고 사교육을 줄이는 데 일정부분 공헌했음을 직시해야 한다. 특히 ‘본고사 부활’ 같은 과거 회귀적 주장은 백해무익하다. 더불어 대학 간판 보다는 실질 역량을 중시하는 채용제도 등 사회적 변화가 수반돼야 입시에 목숨거는 풍토도 개선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