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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해창 기자의 세상읽기> OPEC, 아~ 옛날이여!
[헤럴드경제=황해창 선임기자] 오펙(OPEC)은 석유수출국기구((the Organization of Petroleum Exporting Countries)의 약칭입니다. 오펙하면 유엔(UN)만큼이나 귀에 익숙합니다. 70년대 중반, 오일파동을 극심하게 겪었던 경험 때문입니다.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데 말이 협의체이지 석유부호 계모임의 성격이 더 짙습니다. 산유국끼리 똘똘 뭉쳐 석유를 무기로 자기이익을 도모하는 일종의 전략적 결성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립니다. 

원유 개발 & OPEC 마크

설립 주도국은 이라크입니다. 1950년대 중동에 이어 아프리카에서 대유전이 발견되면서 원유 공급과잉이 10년이나 지속되자 화들짝 놀란 이라크 정부가 나섭니다. 1960년의 일입니다. 수도 바그다드로 핵심 산유국 총책들을 초청해 단합을 과시한 것이 그 출발입니다. 창설 멤버는 이라크·이란·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베네수엘라 등 5개국. 지금은 알제리·앙골라·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국가까지 합류해 12개 회원국으로 늘어났습니다.

OPEC의 파워는 그야말로 막강합니다. 초기 가격 카르텔이 1973년 1차 오일쇼크를 일으키더니 원유가격 상승을 전제로 한 생산량 조절을 지상과업으로 하는 생산 카르텔로 변신하면서 영향력은 더 커졌습니다. 가공할 오일달러를 앞세워 사막을 첨단국토로 개조하는 것은 예사이고 그 것도 모자라 넘쳐나는 자금을 ‘핫머니’로 굴려 세계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합니다.

‘신이 내린 검은 황금’이 석유로 통칭되는 오일(원유)입니다. 척박한 사막에서 기름이라도 나지 않는다면? 조물주의 절묘한 균형감각이 놀랍기만 합니다.

잠시, 석유 얘기로 돌아갑니다. 석유는 천연적인 산출물과 정제물로 나뉩니다. 전자는 원유이고 후자는 석유제품입니다. 통칭 석유는 1859년에 미국의 드레이크라는 사람이 최초로 유정을 발굴하는 데 성공하면서 인류와 밀접한 관계를 맺습니다. 초기에는 등불용으로 쓰이다가 1차 세계대전 이후 자동차, 항공기, 선박의 연료로 대량 소비됐고, 2차 대전 후 석유제품으로 확대 생산되면서 세계 경제 발전을 주도했습니다. 

OPEC 회의에 참석 중인 석유부호들

석유가 우리나라에 들어 온 것은 1880년대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총 매장량은 7조 배럴 정도가 되는데 연간 280억 배럴 정도 뽑아낸다고 합니다. 문제는 석유자원이 한정적이라는 점입니다. 말하자면 총량제로 무한정 퍼 올릴 수 없다는 겁니다. 3억년이나 걸려 숙성시킨 술을 200년 사이 마구 퍼마셔 종국에는 혀로 핥는 꼴인 겁니다. 나라마다 포스트 석유시대를 걱정하는 이유입니다. 산유국들은 축적된 돈으로 이미 관련 프로젝트를 구체화하는 모양인데 돈도 없고 자원도 없는 나라들이 걱정입니다.

세월이 흐른 탓일까요. OPEC이 이상합니다. 몇 달 새 유가가 30% 폭락했으니 제정신이 아닐 것은 이해합니다만 내막이 워낙 심각해 보입니다. 당장 생산량 조절(감산)을 놓고 연일 파열음을 냅니다. 과거 일사분란 하던 것과는 아주 딴 판입니다.

석유생산 1위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대오를 이탈하고 맙니다. 오랜 세월 전략적 궁합을 맞춰 온 미국과 삐걱대면서 상황이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우선 미국의 셰일가스를 견제한답시고 저유가를 고집하며 감산에 불응하고 있습니다. 

산유국들이 축적한 오일달러 이미지

세계경제 침체가 사태를 촉발한 것은 사실이지만 무엇보다 최대 원유 수입국으로 산유국의 배를 불려 준 미국이 대량 매장된 석유대체물인 셰일가스로에너지 자급자족을 호언하자 상황이 더 꼬인 겁니다. 여기에 러시아 사태, 시리아 내전 등 국제 분쟁 리스크도 더 이상 약발이 없습니다. 때마다 치솟는 유가는 옛말입니다.

국제유가 70달러 시대입니다. OPEC은 비명인데 원유수입국은 쾌재입니다. 저유가 추세는 당분간 더 뚜렷해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이 정도 하락세라면 이미 웬만한 수입국 국내총생산(GDP)은 1.0% 포인트 이상 올랐을 법합니다.

특히 에너지 연동 생산원가 절감은 소비자물가 하락으로 이어져 소비촉진을 부르고, 소비증가는 또 생산증대로 이어져 고용촉진을 가져오는 법입니다. 이게 바로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경제의 선순환 구조입니다.

100% 원유 수입국인 한국, 지금이 기회입니다. 경기부양 카드를 적극 꺼내 들어야 합니다. 원동기에 기름을 넉넉히 붓고 발동을 걸어야 합니다. 더 머뭇대면 기회는 사라지고 맙니다. 

/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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