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사태의 재발을 막기위해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금융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이 그 적용 범주를 놓고 논란에 휩싸였다. CEO(최고경영자) 선임 절차를 사외이사가 중심인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서 담당하도록 한 규정이 은행권은 물론 대기업 계열 금융사에도 일률적으로 적용되는데 따른 것이다. 모범규준에 의하면 국내 주요그룹의 생명ㆍ화재ㆍ증권ㆍ카드회사 등 2금융권도 은행권과 마찬가지로 임추위를 통해 CEO를 추천해야 한다. 또 CEO 자격요건, 후보군 발굴ㆍ관리ㆍ검증, 승계 계획 등을 금융사 내부 규정으로 두는 ‘CEO 경영승계제도’도 운영해야 한다. 이에따라 2금융권은 당장 올해 말과 내년 초로 예정된 인사에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게 생겼다.
금융위가 모범규준을 새로 만든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민영화된 공기업에 다반사로 일어나는 지배구조 리스크를 제거하려면 강력 처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KB금융, 포스코, KT 등은 정부 지분이 한 주도 없지만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넘다보니 사실상 주인 없는 회사나 마찬가지다. 이 틈을 타 정권마다 자기 입맛에 맞는 인사들을 CEO로 내려꽂았고 이 때마다 조직은 사분오열돼 경영이 크게 흔들렸다. KB금융 사태만해도 ‘모피아’ 출신 지주 회장과 대선캠프 출신 은행장이 이전투구를 벌이다 파국을 맞은 경우다. 모범규준의 CEO 경영승계제도는 이같은 낙하산 인사의 해악을 단절하는데 분명 위력적이다.
그러나 이같은 잣대를 주인있는 회사에도 무차별 적용하는 것은 득(得) 보다 실(失)이 크다. 우선 법적 근거없이 금융사의 경영권을 제약하려한다는 비판을 받을만하다. 현재 금융사 지배구조 관련 법률안 5건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상위법 근거 없이 행정지침격인 모범규준을 먼저 시행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상법에 명시된 주주의 권한을 모범규준이 무력화하는 것도 경영권 침해 논란을 부를 수 있다. 현행 상법 389조에는 대표이사 선임은 이사회 권한이고 회사의 정관으로 정한 경우 주주총회가 선임 가능하도록 돼 있다. 대주주가 명확한 2금융권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기민하게 대처할 인사가 절실하다. 이런 CEO를 찾는데 내부 사정을 잘 알지못하는 임추위가 나서는게 효율적일까. 견제와 균형에 충실해야할 사외이사들이 민간기업의 CEO 선임을 좌지우지하도록 하는 것은 너무 나간 것이다. 모범규준이 또 하나의 규제가 되지 않도록 입법예고 기간 중 업계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