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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문호진> 창조경제, ‘달콤한 감자스낵’처럼
처음에는 자가 발전의 ‘버벌(입소문) 마케팅’쯤으로 여겼다. 그러나 현장서 직접 체험하니 실감난다. 요즘 흥행대박 신화를 쓰고 있다는 감자스낵 ‘허니버터칩’ 얘기다. 점심 후 ‘차 한잔의 여유’를 위해 회사 인근 용산 후암동 주택가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동네 카페에 자리잡았다. 잠시후 한 무더기의 청년들이 손에 노란색 과자봉지를 들고 들어온다. 50대 중반의 선배는 “아하, 저게 요즘 우리 딸네미가 얘기한 그 과자구나” 한다. 맛이 궁금해 하루 뒤 그 카페 앞 수퍼마켓을 찾았다. 가게 주인이 “오늘 운 좋으시다. 제한된 수량만 들어오는 통에 헛걸음하는 손님이 많다”고 한다. 맛을 보니 이름 그대로 강한 버터향에 달콤함이 배어있다. 짭쪼름한 기존 감자칩과는 다른 맛이다.

이쯤되면 가히 신드롬이다. 전국 편의점 마다 물량이 없어 아우성이고 대형마트는 사재기를 막기위해 수량 한정판매를 실시하고 있다. 용케 조기에 물량을 확보한 하이트맥주 같은 곳은 사은품 이벤트로 매출이 덩달아 급증했다. 연예인 일반인 할 것없이 구입에 성공한 사람들은 무슨 승전보라도 전하듯 SNS에 인증샷을 날린다. 허니버터칩 매출은 자연히 고공행진 중이다. 출시 100일만에 100억원의 매출을 가볍게 넘어섰단다. 새 제품이 한해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면 대박이라는 제과업계의 공식을 가뿐히 깼다. 사이버공간에서는 이 과자의 흥행 배경에 의구심이 든다며 우스개 음모설이 난무한다. 마약으로 소비자 입맛을 유혹했다는 마약설, 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위해 수십년간 연구한 제조법을 해테에 넘겼다는 창조경제설, 일본 기업과 합작한 해태가루비가 제조한다는 이유로 독도 편입용 일본의 자금조달설 까지...이런 루머들이 ‘노이즈 마케팅’으로 작용하다보니 매출 상승효과는 더 커진다.

허니버터칩의 흥행 돌풍을 보면서 일부에서는 새우깡, 맛동산 이후 40년만에 과자역사를 새로쓸 제품이 나온 것 아니냐는 성급한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하얀국물’ 라면 꼬꼬면의 돌풍이 채 1년을 가지 못한것을 보면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성취만으로도 의미는 크다. ‘질소과자’라는 소비자의 지탄과 수입과자의 공세에 밀려 패배감에 빠져있던 제과업계에 정신을 번쩍 들게하는 자극제가 됐기 때문이다. ‘웰빙’과 저출산 시대에 제과업은 사양산업으로 치부됐지만 생각을 달리하면 불황기에도 얼마든지 새 시장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 낸 것이다.  

허니버터칩의 대박 비결을 단순화하면 “감자스낵은 반드시 짠 맛이어야 하나”라며 의문을 던진 데 있다.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다른 시도를 해보려는 노력이 이룬 결실이다. 스티브 잡스는 “해군에 들어가는 것 보다 해적(海賊)이 되는 편이 즐겁다”고 했다. 학생들에게 색다른 기행을 허락하고, 해적정신을 강조하는 MIT는 지금 스탠퍼드와 더불어 세계적 벤처 사관학교로 꼽힌다. 박근혜정부의 캐치프레이즈인 창조경제도 결국 상식을 뒤엎는 도발적 발상으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소프트파워의 힘에 성패가 달려있다.

“규칙, 사례, 불면의 진리가 지배하는 게 바둑이라면 결코 지금까지 전해질 수 없었을 것이다. 남들과 다른 수를 둘 줄 알아야 한다” 요즘 장안의 화제인 드라마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의 스승이 남긴 말이다. 인생이든, 기업이든, 나라경제든 다르게 생각하면 새로운 지평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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