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 한 제자가 “교수님, 결혼 때 주례 서 주실 거죠?” 하자 부러움의 시선이 한 곳으로 집중되면서 부러움과 탄식, 그리고 한숨이 쏟아졌고 곳곳에서 자조적이고 염세적인 반응이 꼬리를 물었다고 합니다. “그게 뭔 소리야?” “결혼이 가능하기나 해?” “금태 두르고 나왔냐, 금수저를 물고 났냐?” “아니, 감히 결혼을?” 등등
사랑 그리고 웨딩 |
미안하고 또 어안이 벙벙해 옆에 앉은 여학생 더러 “몇 년 사귀었으면 좋은 소식을 줘야지” 했더니, “선생님, 저 헤어졌어요. 도저히 자신이 없어서요.” 그러더랍니다. 연애는 어떻게든 하겠는데 그 다음이 문제더라는 겁니다.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살림집도 마련해야 하는데 어느 천 년에 그게 되겠냐는 게 거의 공통된 반응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둘이서 혹시나 셈을 해보았지만 방법이 없습니다. 부동산 활력을 위해 갖가지 대책을 내놓았지만 전세 값만 광폭으로 춤을 출 뿐 무주택 서민들이나 예비 신혼부부들에게는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택 담보대출이 늘면서 가계 빚이 심각할 수준으로 늘고 있습니다. 구조적인 문제 해결 없이 단기처방에 치중하다보니 일부 지역 외엔 시장 반응이 시큰둥하고 부작용만 커집니다.
당장 외벌이일 경우 아무리 아껴 써도 뛰는 전세 값을 쫓아가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맞벌이 경우도 월 150만원 만 원 저축을 한다 해도 답이 안 나옵니다. 10년이 돼도 수도권에 변변한 전셋집 하나 장만하지 못하는 형편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놀라운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통계청이 27일 내놓은 2014년 사회조사 내용은 한마디로 놀랍습니다. 요약하면 39%가 결혼은 ‘할 수도, 안 할 수도’ 이고, 부모 부양은 ‘자식과 정부의 공동 몫’이라는 반응을 보인 겁니다.
그러니까 결혼은 선택사항이고, 노부모 부양은 사회 전체의 책임이라는 겁니다. 최근 6년 사이 변화라고 합니다. 올해 5월 만 13세 이상 전국 3만7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결혼을 ‘해야 한다’는 반응은 전체의 56.8%로 2008년 68%보다 10%포인트 이상 낮아졌다는 겁니다. 반대로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는 응답은 38.9%로 2008년의 27.7%보다 훨씬 많아졌다고 합니다. 이혼에 대한 인식의 변화도 놀랍습니다. 사회 정서상 이혼을 하면 안 된다는 응답이 수년 사이 크게 줄어든 겁니다.
부모 부양 문제 역시 변화의 바람을 탑니다. 자식들이 응당해야 할 것을 가족과 정부, 다시 말해 사회의 공동의 문제로 몰아넣습니다. 이런 응답이 47.3%로 6년 전보다 3.7%포인트 늘었다고 합니다. 과거처럼 가족이 책임질 문제라는 반응은 31.7%로 9%포인트 줄었든 것입니다.
부모사랑 |
더 자극적인 것은 노부모 생계문제입니다. 생활비를 주는 성인 자녀는 응답자의 49.5%로 처음으로 절반에 못 미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경제적인 여건 등 사연도 다양할 것입니다.
성인이 된 아들딸을 둔 50~60대의 어깨가 더 내려앉는 때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적어도 자녀의 사회진출 문제에 관한한 우리 사회 8할은 어둠일 것으로 짐작됩니다. 이래저래 고장이 나도 크게 난 우리 사회입니다. 복지국가? 복지 복지 외치면서도 실상은 요원합니다. 추적추적 늦가을 비가 내리니 더 우울한 금요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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